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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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다면, 얼마나 쓸쓸하고 불편할까요?  매일 함께 지내는 엄마와 아이는 서로의 소중함을 깜빡 잊곤 하지요. 당연히 내 옆에 있는 존재니 가끔은 싫증나기도 하고, 제발 말썽 좀 안 부렸으면, 조용히 좀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요, 아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엄마 잔소리 안 듣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도 하고, 혼자서 실컷 맘대로 놀아보고 싶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하루만 떨어져 있어도 서로 보고 싶어서 그리워하고 못 견디는 사이기도 하지요. 물이나 공기처럼 당연히 곁에 있어서 귀중함을 자꾸 잊어버리지만 없어지면 큰 일나는 우리 엄마!  묵묵히 옆을 지키면서 나의 성장을 돌봐줘야하는 엄마가 현수에게는 없어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현수는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옷도 챙겨주고 숙제도 챙겨주고, 맛있는 간식도 해주면서, 비가 올 때 마중나올 수 있는 엄마가 꼭 갖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반갑게 맞아줄 엄마가 생긴다면 너무 너무 신나고 좋을 것 같았어요. 아빠가 새엄마를 얻으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눈을 살짝 비벼야 할 만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요. 엄마를 주문하다니...조립까지...설마!

 

 

“딩동! 주문하신 엄마가 도착했습니다.”


 

엄마를 사달라고 조르는 현수를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도대체 엄마를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엄마와 함께 살아본 적 없는 현수에게 엄마는 꼭 필요한 존재였지요. 밥도 해주고, 곁에서 웃어주면서 돌봐줄 따뜻하고 자상한 엄마요. 학교에 가서 곧 배달될 엄마를 기다리면서 설레여하는 현수를 보면서 마음이 짠했어요. 꼭 현수가 원하는 엄마가 집으로 왔으면 기대했지요. 그런데 경비실에 맡겨져 있었던 엄마는 그냥 장난감처럼 보였어요.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니, TV나 세탁기같은 전자제품처럼 여겨졌어요. 현수가 원하는 엄마는 사람의 향기가 폴폴 나는 따뜻하고 정다운 엄마였는데...열심히 조립하면서 어떤 엄마가 태어날지 기대했던 현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요.

 

다 만들어진 엄마의 모습은 과연 현수가 바라던 그런 엄마였을까요?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엄마를 기대했던 현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어요. 집안일만 할 뿐, 따뜻하게 말해주지도 않고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았어요. 무릎에 앉혀놓고 책도 읽어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엄마는 그저 말 잘듣는 기계처럼 보였어요. 어떡해야 하나요?

 

 

  

'생명장난감'이라는 존재가 뭘지, 유진이랑 오래 생각해봤어요. 말을 하고,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장난감은 지금도 존재하지요. 저희 집에도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해놓고 인형의 가슴을 꾹 누르면 그대로 말이 나오는 인형이 있어요. 처음에는 신기해서 자주 눌러보고 목소리를 녹음해보지만, 오래 품에 안고 다니면서 사랑해주지는 않게 되었어요.  몇 일은 잘 갖고 놀다 그냥 서랍장 위에 세워놓았답니다. 아무래도 생명을 가진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하지만 외할머니 댁에 있는 멍멍 강아지는 너무 좋아해요.강아지랑 있으면  하루 종일 옆에서 놀아도 싫증나지 않을 거라고 하네요. 집에 갖고 와서 키우고 싶다고도 졸라요. 눈빛이 초롱거리고 때리면 움찔하고 쓰다듬어주면 꼬리를 흔들어주는, 생명이 있는 강아지가 훨씬 사랑스럽겠지요.

 

다리가 잘린 기린, 망가진 고릴라, 사람을 해치는 생명장난감들...

사냥꾼 센터는 잘못된 생명장난감을 수거해서 처리한다고 합니다. 파란 사냥꾼들은 고장난 생명장난감들을 그냥 두지 않아요. 잘못하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거든요. 조금 삭막한 느낌이 들어요. 정을 붙이고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지냈던 대상이 조금 아프다고, 고장이 났다고 당장 버려야 한다니...가슴이 아파옵니다. 엄마가 조금 이상하다고, 잘못된 것 같다고, 신고를 당하고, 사냥꾼들이 쫓아오고..현수에게 당황스러운 일들이 벌어져요. 할아버지의 조언대로 현수가 원하는 것을 엄마에게 가르쳐주고 조금씩 정이 들고 있었는데...

 

저도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밥 먹으라고 잔소리하고 공부하라고 야단치고, 시험 못 보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혼내던 엄마가 싫었어요. 엄마 친구 딸하고 비교하면서 "너는 왜 지영이보다 공부도 못 하면서,뭐 사달라는 말만 하니..공부도 못하면서 갖고 싶은 건 많아서..."라고 야단치면 폭발하기 일보직전까지 가지요. 매일 웃어주기만 하고, 싫은 소리는 절대 안 하고, 먹고 싶은 과자랑 라면도 맘껏 사주는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예쁜 옷도 사달라고 말만 하면 다 사주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뭐든 사줄 수 있는  만능 엄마가 너무 너무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별로 해주는 것도 없고, 그다지 예쁜 것 같지도 않고, 잔소리를 늘 곁에 두고 사는 우리 엄마가 그냥 좋을 때가 훨씬 더 많았어요. 조금만 아파도 열을 재보고 밤에 일어나서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따뜻한 엄마가 정말 좋았어요. 친구하고 다투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는 엄마가 믿음직스러웠고요.

 

 

 

 

우리 유진이에게 엄마를 살 수 있다면 어떤 엄마를 갖고 오고 싶냐고 물었어요. 용돈도 많이 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게임도 맘대로 하게 해주고, 숙제하라고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는 엄마가 있으면 꼭 사고 싶다고 하네요. 대신 얼굴도 예뻐야 한다고 하네요. 학교에 올 때 예쁘게 하고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하면서요. 필요한 것만 잘 해주는 로봇 엄마가 있으면 좋을 것 같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하네요. 한참 생각해보더니  대답을 잘 못하네요. 집안일을 아무리 잘하고, 듣기 싫은 잔소리도 안 하는 엄마지만, 잠 잘 때 동화책도 못 읽어주고 학교에서 돌아와도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 엄마라면 유진이도 싫겠지요.

 

엄마를 돈주고 사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낯설지요. 내 마음에 쏙 들게 길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엄마로 만들기 위해 교육시킨다는 것도 독특하고요. 매일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리는 이야기겠지만, 만약 엄마 없이 살아가는 아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듯해요. 엄마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감정이 있는 장난감이 나오는 시대가 곧 오겠지요. 내 입맛에 맞는 장난감 친구를 가질 수도 있고, 그 친구에게서 우정을 느낄 수도 있게 될 거라고 여겨져요. 하지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이 없다면 어떤 관계든 삐걱거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낯설고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따뜻한 느낌의 존재를 한번 더 일깨워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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