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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3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3월
평점 :
줄거리 모르고 읽었으면 갑자기 찾아오는 반전에 더욱 흥미진진했을 텐데...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가 밝혀지는 후반부의 짜릿함을 맛볼 없었기에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만화책으로 먼저 만났던 <지킬박사와 하이드> 는 약을 먹고 다른 사람처럼 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무척 신선하고 당황스러웠죠. 사람에게 여러가지 인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관심갖기 시작했고요. 고상하고 지적이고 품위있어 보이는 지킬이 왜 망가지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욕망의 헛됨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뇌리에서 오래 남을 만큼 기분 나쁘게 생긴 하이드, 그의 기형적인 얼굴은 한번 보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었죠. 지킬박사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어터슨이 이끌어가는 지킬과 하이드의 이야기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잘 짜여진 듯한 구성덕분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누가 하이드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는 진실에 가슴을 조이게 되죠.

뿌연 안개로 가득찬 런던 거리를 연상하면서 그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을 접하다보면 다소 음침하면서도 우울해져요. 과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뭔가? 행복과 욕망은 반비례 관계일 수밖에 없는가?
분명히 멈출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지킬은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말았어요. 우리도 사는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죠. 이걸 택할까? 저걸 택하면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까? 그래도 한번 해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열심히 고민하고 선택한 결과도 때로는 답답함과 후회를 불러오기도 하죠.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조금 참았다면, 나에게 다른 인생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혐오스럽고 불쾌하고 기분 나쁜 것, 점잖고 신사적이고 차분한 인상을 가진 것, 두 가지의 차이는 아주 작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같은 곳에서 나올 수도 있고요. 욕망을 선택해서 얻은 모습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일탈의 욕망을 갖지 않은 사람을 없을 테니 말이죠. 누가 지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나요. 하이드를 무작정 욕하고 피하고 싫어할 수도 없겠고요. 인간 본성 깊숙이 숨어있는 진실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