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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40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4월
평점 :
'백설공주' 나 '헨젤과 그레텔'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아름답고 예쁜 동화라고 생각했어요. 아마 그림책이라 어린 아이들이 읽기 무난하게 만들어져서 그런가 봐요. 그림형제가 지은 '백설공주'는 조금 달라요. 왕비의 행태가 좀 더 야만적이고 괴물같기도 하죠. 백설공주를 죽이고 간과 허파를 꺼내 오라고 시키고는...그럴 우적우적 삶아 먹죠. (사실은 새끼 돼지의 간과 허파였지만, 정말 끔찍했어요)
아름답고 고운 동화만 읽으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곱게 자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는데...현실은 아름답고 평온하기만 하지는 않죠. 싸움도 해봐야 하고, 부당한 일에 맞설 줄도 알아야 하고요. 세상에는 착하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만 있었으면 하지만,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고 심지어 죽이는 부모도 존재해요. 너무 끔찍하고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에는 믿을 수 없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나쁜 부모가 나와요. 그래서 처음에는 무척 거북해요. 속상하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아져요. 그러다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죠.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굳건한 믿음과 의지가 생기고요.

문고판이라 두 손안에 쏙 들어와요. 지하철 안에서 심심할 때 꺼내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입니다. 언젠가 한번쯤 읽어보거나 들어보았던 이야기들..가끔 불편하고 끔찍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옛이야기들이 마음을 자극하네요. 바보같은 인물들이 줄줄이 나올 때는 가슴이 턱 막힐 것 같다가도, 다음에 나오는 누군가의 지혜로움 덕분에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고요. 발을 동동 구를 만큼 억울한 일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워하다가도..급반전이 나오고...통쾌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교과서에서 본 듯한 이야기도 나오고요.
그림형제의 동화집은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하네요. 10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번역되었고요. 잔혹동화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어린이라면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해요. 무엇이 옳고 나쁜지 판단하면서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더 곧게 자라날 거라고 믿어요. 그림책으로 먼저 만났던 친숙한 동화들의 원본을 접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