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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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싫어했던 저에게 책장에 꽂혀있던 세계 명작 전집은 골칫거리였어요. 엄마는 자꾸 읽으라고 하고, 저는 너무 두꺼워서 읽을 엄두가 안나니 괜히 책장을 보면서 한숨쉬었죠. 고학년 언제쯤, 방학때 너무 너무 심심해서 펼쳐봤던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소공녀>였어요.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름들이 너무 길고 어려워서 아마 읽다 말았을 거예요. <소공녀>는 따뜻한 방에서 이불 덮고 엎드려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몇날 몇일 붙잡고 있었답니다. 주인공 소녀의 인생이 부러우면서도 불쌍하고 한편으로는 통쾌함도 느껴볼 수 있었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부자 아빠 덕분에 옷장을 가득 채운 드레스를 가진 소녀가 어찌나 예뻐보이고 부럽던지, 괜히 저도 엄청난 재력을 가진 부모가 따로 있지 않나 혼자 상상도 해봤었어요.

 

 

 

어른이 되어 읽어본 <소공녀>는 어린 시절을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책읽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칭찬해주셨던 기억도 나요. 아마 그 이후로 싫어했던 책을 조금씩 읽었던 듯합니다. 저와 책을 가깝게 맺어준 소중한 기억속의 동화죠. 공주처럼 대접받고 최고의 자리에서 자신만만함을 드러냈던 소녀 사라의 이야기, 아버지의 죽음을 맞고 이후에 찾아온 불행들...그것을 극복하면서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편안한 말처럼 소근소근 펼쳐지는 동화를 읽으면서 낮잠도 자보고 예전 기억도 떠올려 보았어요.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일들, 어린 소녀가 겪기에 다소 슬퍼보이는 사건들, 그것을 꿋꿋하게 이겨내면서 자신의 자리를 한번도 원망하지 않는 듯한 씩씩함에 감동받았어요.

 

 

 

공주처럼 자랐던 아이가 하루 아침에 하녀가 되고,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자존감을 지켜왔던 사라가 대단해보여요. 저라면 억울해서 소리지르고 실망하고 절망까지 했을 텐데..사라의 건강하고 믿음직스러운 행동과 생각들이 대견해 보였습니다.다락방에서 지내는 사라를 봐야 했을 때는 조금 속상했어요. 언젠가 다시 찾을 수 있을 거야..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답답하고 밉고 속상했어요.

 

역시 끝까지 불행한 건 없나 봅니다. 사라에게도 든든한 운동장같은 존재가 나타나고....

아이들이 힘들고 어렵고 답답해도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은 일에도 실망하고 포기하는 나약한 요즘 아이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는 희망을 가르쳐줄 수 있는 따뜻한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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