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 동화 보물창고 45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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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은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조용하면서도 은은한 유머를 알고, 무뚝뚝하면서도 순간순간 위트를 날릴 줄 아는 센스 넘치는 형제가 아니었을까 짐작이 되네요. 너무 잘 알려져 있는 동화지만, 의외로 어렸을 때 그림책으로 읽은 것이 전부인 동화들, 제목만 들어도 너무 친숙해서 나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같은 느낌이 드는 동화들이죠.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라푼첼'  을 모르는 아이들을 드물겠죠.

 

그런데 제가 알고 있던 동화와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내용은 가물거리고, 최근에는 대부분 그림책을 통해서 접해봤던 동화들인데, 그림 형제가 엮은 내용은 색다르더군요. '백설공주'가 왕비에게 당하는 내용도 훨씬 다채롭고요. '신데렐라'에 나오는 에피소드도 독특했어요. 그림 형제의 동화는 조금 더 깊숙하고 은밀하고 어둑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강합니다. 음침한 느낌의 공간과  비밀스러운 분위기의 배경이 살며시 머릿속을 채워요.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이야기도 있고, 끔찍하면서도 은밀한 이야기도 나와요. 살짝 섞인 억지는 애교스러기도 하고요. 동화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와 만나는 것이죠. 내가 겪지 못하고 앞으로 꿈꾸기 어려운 일들을 동화속에서 찾아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참맛이요. 고난속을 헤매며 좌절하다가도 다시 희망의 빛을 찾아 극복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이들을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무엇을 꿈꾸게 될지 기대됩니다. 

 

그림형제의 위트 넘치는 말투가 느껴지는 부분이 중간에 나와요. 어떤 상황을 묘사할 때, 그것이 매우 극한의 상황이라도 여유를 부리면서 이야기를 펼쳐가는 모습이 흥미로워요. 그림책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죠. 마법을 부리고, 질투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모습, 형제애와 부모의 사랑이 발견되는 곳곳에서 사람의 향기가 전해져요.

 

화려한 그림책을 먼저 만나고, 이제는 사람이 사는 세상의 깊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그림책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접하게 동화의 새로운 면모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집니다. 동화에 대한 환상은 조금 줄어드는 듯하지만, 대신 진정한 이야기속의 진실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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