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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ㅣ 동화 보물창고 43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평점 :
동물들이 주인공이지만, 책에 나오는 오소리와 물쥐, 두더지와 두꺼비가 이웃에서 많이 보았던 사람들, TV나 먼 발치에서 자주 보았던 사람들처럼 느껴져요. 동물들이 사는 세상은 사람의 세상 만큼, 오히려 더 편리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여요. 없는 게 없고 갖고 싶은 걸 갖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신기해 보입니다. 강과 숲, 도시를 오고 가며 동물들이 겪게 되는 세상 사는 이야기가 참으로 정겹고 아기자기하게 펼쳐집니다.
영국에서는 가정에서 한 권씩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배울 점도 많고, 보고 느끼는 점이 많은 책이에요. 밝고 씩씩한 성격을 가진 물쥐가 소심하지만 자상하고 섬세한 두더쥐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일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주변 동물들의 보는 시선과 하루 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오소리 아저씨의 넉넉함과 푸근함은 동화를 더욱 푸근하게 만들어요. 함부로 나서지 않지만, 불의를 만나거나, 힘든 여정을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면 절대 그냥 지나치치 낳는 의리의 사나이처럼 말입니다.
두꺼비를 보면 마음이 짠해요. 너무 어리석어서 밉기도 하지만, 한편 불쌍하면서도 '내가 두꺼비라면, 두꺼비 만큼 많은 걸 갖고 누릴 수 있었다면, 두꺼비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얼마나 답답하고 밉상인지, 한없이 추락하는 모습이 통쾌하다가도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실수겠지라는 생각으로 돌리면 두꺼비가 이해가 되기도 해요. 남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살면 어디까지 나락에 빠질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네요.

천연림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두더지를 물쥐가 찾아내고, 둘이 함께 오소리 아저씨의 집을 찾아내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찡해요.그들을 반갑게 맞아주면서 최고의 대접을 아끼지 않았던 오소리 아저씨를 생각하면 또 한번 감동이 밀려오고요. 집안 구석구석 먹을 거리를 쌓아두고 누가 오든 반갑게 맞아주면서 따뜻하게 대접하는 오소리 아저씨는 동화속에서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이에요.
족제비와 담비에게 짐을 빼앗겼던 두꺼비...불쌍하고 안타까워요.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집을 찾는 과정이 신나게 그려집니다. 모른 척하고 쉽고 편하게 살 수 있지만, 숲 속 친구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구해주려고 노력합니다. 친구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걸 두고 보지 않아요. 실수를 저지르고 돌아와도 따뜻하게 받아주고요.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기분이 들어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망도 하고, 때로는 힘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들의 어리석음과 지혜로움, 호기심과 용기를 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