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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 김치
강순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20대 30대에는 어느 학교를 나오고,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가 중요한 시기죠. 재테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가에 따라 능력이 있고 없고 판가름 나기도 하고요. 학벌이 좋고, 직장 이름이 그럴 듯하면 괜찮은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고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인 듯해요. 아마 40대 이후에는 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이를 잘 키웠는지, 요리 솜씨가 좋은지, 나눠주면서 사는 삶을 사는지....이런 것들이 그사람의 인생 성적표를 말해주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엄마 또래 분들 중에는 장맛이 좋고 김치를 잘 담그시는 분들이 목소리도 크시고, 평판도 좋으시고,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잘 살고 계신 듯한 인상을 받게 되고요. 마음을 나눌 친구가 많은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죠. 음식을 나누면서 마음도 함께 나눠지는 게 아닐까요.

저는 깍두기나 오이소박이 정도만 겨우 담글 줄 알아요. 김치라고 말하기 쑥스러울 만큼 쉬운 메뉴들이죠. 김장할 때 엄마를 도와서 열심히 배우려고 하지만, 레시피만으로 안되는게 김장김치인 것 같아요. 대충 듬뿍 넣어도 엄마의 김치는 늘 시원하고 맛있으니 저처럼 솜씨 없는 사람은 흉내낼 엄두가 안나요. 자꾸 보고 하다보면 언젠가 혼자서 김장을 해치울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간장이나 된장 담그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콩을 삶고 그것을 찧고, 모양을 다듬어서 메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도와드렸는데, 너무 너무 힘들었어요. 이러다 골병이 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죠. 1년 먹을 장 담그는 시작일 뿐인데....이후에 메주로 간장을 만들고, 된장을 만드는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뼈마디가 쑤시는 듯해요.

김치 명인 강순의 선생님은 저희 엄마와는 비교도 안되게 큰 살림을 하신 분이더군요. 천 포기가 넘는 김장을 하고 100번이상 김치를 담그시는 분이라니...대단하신 분이죠. 큼직한 사진들과 간략하면서도 섬세한 설명이 눈에 확 들어와요. 처음 보는 김치 종류도 있고, 깍두기나 배추김치처럼 매일 보는 김치도 있어요. 김치 명인이 강조하시는 노하우 중에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요. 김치는 가난하게 담궈야 맛있다고 하시네요. 여러 재료를 넣고 비싼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보다는 딱 필요한 재료만으로 만들어내는 김치가 제 맛을 낸다고 하시네요. 꼭 기억해둬야겠어요.

재료 고르는 방법부터 김치 담그는 과정과 노하우까지, 김치 담그기에 관심있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듯해요. 그리고 다양한 장아찌 담그기도 소개되고 있어요. 버섯으로 장아찌 담그는 건 꼭 해보고 싶어요. 선생님의 정갈한 장독과 마당에 널려있는 시래기를 보면서 장인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계절에 맞게 재료를 선택하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음식을 만든다면 저희 엄마나 선생님처럼 손맛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겨요. 두고 두고 보면서 따라해보고 싶은 귀중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