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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6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1년 12월
평점 :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저마다의 과거와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아픔을 잊을 만큼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는 마음이 풍요로운 곳이었다. 맷티도 그랬다. 더럽고 도둑질이나 일삼는 형편없는 아이는 이제 없다. 마을 지도자의 명을 받고 다른 공동체에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도 갖고 있다. 그걸 아는 사람은 몇 안된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하고 심지어 행복해보이는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묘한 소설이다. 만만치 않은 주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 읽고나니 마음이 복잡해진다.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다. 이상한 캐릭터를 자꾸 떠올리게 되고,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또 생각해본다. 왜 그랬을까? 그의 정체는 뭘까? 진짜 있었던 일은 아닐거야. 갑자기 왜? 끊임없는 호기심이 생긴다. 문제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 맷티가 살고 있었던 마을은 점점 변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일면을 말하고자 한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덫에 걸려 스스로 무너지는 미래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설마...
처음 그들은 무척 안정되어 보였다. 맷티와 함께 사는 맹인 아저씨는 마음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보는 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마을을 이끄는 지도자는 대단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너머를 볼 수 있는, 초능력자다.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키라는 맹인 아저씨의 딸이다. 맷티를 이끌어주었던 조언자는 선생님이다. 얼굴의 반이 모반이다. 조언자의 딸은 아름다운 소녀다. 맷티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이상한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다. 맷티가 관심갖던 게임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래장에 나서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이다. 맹인 아저씨는 맷티가 그곳에 관심갖는 것조차 못마땅해한다. 왜 그랬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 곳인 줄 알았던 거래장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아니 처음부터 잘못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물건이 아닌 사람의 진심과 능력을 주고 받는 묘한 곳이었다. 조언자였던 선생님이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듯하다. 사랑을 갖고 싶었던 그는 훨씬 소중한 것을 내버린다. 그리고 변한다.

중반부까지 대체로 편안하게 읽었는데 마을이 폐쇄되는 것으로 결정되고, 맷티가 키라를 데리러 숲을 넘어가면서부터 긴장감이 넘친다. 키라가 가꾸어놓은 정원과 집에서 묵은 하룻밤이 평화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둘이 마을로 향하는 과정, 숲을 지나오는 여정은 끔찍하고 답답하고 무섭다. 넝쿨이 온 몸을 휘감고, 독벌레들이 우글거리는 곳, 상처가 몸을 뒤덮으며 의식을 점점 잃어가는 모습, 둘은 죽음과 가까워지는 듯했다. '너머'를 볼 수 있는 지도자가 나서고...그들을 구하러 떠나지만...
맷티는 자신이 '메신저'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치유자'로 다시 태어난다. 물론 육신은 저 멀리 떠나갔지만, 그의 영혼이 남아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를 버리고 세상을 구한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 자신의 일이라면 반갑지 않지만, 구경꾼으로 지켜본다면 정말 감동적이고 멋진 일이다. 이 세상은 맷티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점점 변해가는 사회, 아픈 이들이 늘어나고, 서로를 의심하고 상처 입히면서, 심지어 의식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누가 맷티가 되고 싶을까? 맷티는 치유자가 되고 싶었을까? 답답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를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