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교실에 가보면 난리죠. 담임 선생님이 존경스러워요.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까지 하시다니, 특히 1학기에는 별별 아이들이 개성에 맞춰 떠들고 돌아다니니, 1학년 선생님들이 늙는다고 한숨쉬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그런 천방지축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따끔한 가르침도 필요하지만,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한 뭔가가 필요하겠죠.
만화와 게임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화는 어쩌면 하찮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네요. 더 재미있고 더 화끈한 게 있는데 뭐하러 심심하고 재미없는 동화를 읽어? 이런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정말 많을 거예요.그림도 화려하고 캐릭터도 독특한 책들이 눈에 띄니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데, 또 어른들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희망이 있죠. 비록 지금은 세상물정도 모르고 까불까불 지내지만 아이가 좋은 책을 읽고 차분해져서 공부도 잘 했으면...하는 생각이요. 음식도 인스턴트보다는 슬로우 푸드가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데, 책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당장 볼거리가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지만, 읽고 나면 두고두고 생각하고 아이가 커가면서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책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1학년 창작동화>에는 그런 동화들이 실려 있어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잔잔한 동화요. 이금이 선생님의 짧은 동화부터 여러 선생님들의 동화를 담고 있어요. 옛날부터 내려오던 전래동화도 나오고, 처음 보는 창작동화도 나와요.엄청 재미있고 화끈하게 웃기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미소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글들이에요. 뒷부분에 나오는 '호랑이 형님'을 읽고 나면 가슴이 찡해요. 호랑이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호랑이 덕분에 많은 걸 생각하고 깨닫게 되네요. 마지막 동화인 '늙은 밤나무'도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나이들면서 얻게 되는 푸근함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죠. 오래 산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말을 귀기울이다보면 정말 배울 것도 많을 듯해요. 늙은 밤나무가 넓은 마음으로 다른 생명체를 품어주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어요.
'입학식에 온 꽃샘바람' 을 통해서 바람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어요. 꽃샘바람과 태풍이 불어오면 이 동화가 떠오를 것 같아요. '특별 초대'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생각하네 해준 글입니다. 내가 곤란을 겪을 때, 어떤 필요를 느낄 때 짠하고 나타나서 나를 도와주는 친구, 마음이 쏙 맞아서 크게 노력 안해도 나에게 웃음을 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그립네요.

길지 않아서 아이랑 읽기 딱 좋아요. 1학년이면 아직은 그림책이 더 익숙할 나이인데, 읽기책으로 입문하는 첫 책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글씨도 큼지막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슬로우 푸드처럼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을 잘 간직할 수 있게 정신을 건강하게 해줄 책이라 믿음직스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