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각 삼층장 이야기 전통공예그림책 나비장석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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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너무 아름다운 책이라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그림책이에요. 한 장씩 넘기면서 화각장을 만드는 과정도  그 안에 깃든 정신도 정말 신비롭고 존경스러워집니다. 하나의 물건이 다 만들어지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진실도 알게 되었고요. 딸 하나 곱게 키워 시집보내는 홀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소뿔을 얇게 깍아서 잘 다듬어진 목재 삼층장에 붙여 옷칠을 하는 화각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나무를 다듬에 가구의 틀을 만들고, 여러 단계를 거쳐 소뿔을 깍고,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붙여 다시 옻칠을 하려면 1년이 걸린다고 하네요. 제대로 된 소뿔을 가공하는데 2년이 걸리고요. 쉽게 결정하는 것이 익숙하고, 돈으로 안되는 것이 없는 요즘 세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기도 하고요.

 

 

 

저희 엄마도 최근 몇 년전까지는 자개장을 쓰셨어요. 까만 바탕에 반짝거리는 공예품이 주렁주렁 붙어있는 화려한 장롱인데, 촌스러워질 때까지 고이 모셔두고 쓰셨답니다. 지금은 작은 방으로 옮겨지고, 안방에는 붙박이장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죠. 정성과 아름다움보다는 편하고 유용한 것이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된 듯하죠. 화각장도 자개장과 비슷하게 만들어지는 듯하다가 중간에 소뿔을 깍아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물건이 되더군요. 얇게 깍은 소뿔에 그림을 그리면 화려하면서도 소뿔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어서 그림의 가치가 빛이 난다고 하고요.

 

 

가구를 짜는 소목장, 옻칠을 하는 칠장, 이음쇠와 자물쇠를 만드는 두석장의 일이 나뉘어지고, 중간에 소뿔을 깍아서 만든 각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 색을 입히는 과정...정말 섬세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화각 삼층장이 만들어집니다. 장인의 정신이 깃든 명품이 분명해요. 평생 갖고 있으면서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선물이 될 것 같아요. 아버지에게 화각 삼층장을 선물받은 딸이 부럽네요. 그림책을 쓴 작가분이 바로 화각장을 만드시는 장인이라고 하네요. 쉽게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고 오랜 세월 참고 참으면서 익히게 되는 문화라 소중함이 더해지고요.

 

 

저희 엄마집에 가면 작은 방에 있는 구닥다리같은 자개장을 버리라고 잔소리 하게 되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꿨어요. 화각장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저는 절대로 평생 가질 수 없겠더군요. 엄마집에서라도 두고 두고 보면서 그 소중함을 오래 기억해야겠어요. 아버지의 눈물과 사랑을 담은 귀중한 선물, 그리고 우리가 영원히 보존해야 할 문화이기도 한 화각 삼층장의 이야기, 너무 너무 감동적이고 놀라웠어요. 아이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역사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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