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침묵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4
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 포르투칼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

이름만 들어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대단한 작가죠. 그가 쓴 그림책이라고 해서 기대하면서 읽었어요. 역시...어른들이 읽어도 괜히 허무해지고 인생과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네요.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그림책들이 대부분이죠. 어린 아이들에게 꼭 슬픔이나 좌절이나 배신, 실패를 먼저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죠.

 

<물의 침묵>은 당장 긍정의 힘이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실망하게 되고 좌절하게 되는 것은 먼저 느끼게 되죠. 소년이 실패하고 기다리면서 과연 무엇을 얻게 될까? 아이들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거예요. 낚시대를 들고 고기를 잡으러 가는 소년! 그는 바늘끝에서 오는 찌릿함을 먼저 맛보게 되죠. 당황하고 서툰 소년이 만약 실패없이 고기를 낚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죠. 노력하고 준비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이렇게 뿌듯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그림책은 정말 흔하고 많아요. 주제 사라마구는 만만하게 웃음을 주지 않아요.

 

 

 

소년은 낙담하게 됩니다. 엄청난 고기였는지 낚시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꿀꺽 먹어버린 듯해요. 터덜터덜 낚시대만 들고 돌아오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소년은 복수를 결심해요. 복수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될까 안될까 심각하게 고민도 안 해요. 할머니가 내뱉은 말을 새겨들었다면 어찌 됐을지....어쩌면 물고기에게 복수하러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리 포기하면 상처받을 일도 작아질 텐데..

 

하지만 소년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새로 낚시대를 갖춰 기다립니다. 오래 오래 기다려요. 내 낚시줄을 갖고 간 물고기가 나타날 거라고 믿어요. 간절하게 믿으면 이루어진다는데 소년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무작정 기다리면서 상처받았겠죠. 되는 일이 없구! 이렇게 막돼먹은 생각에 빠져들 수도 있고, 설마 언젠가는 오겠지.. 하는 미련도 남았을 거예요.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은 만큼 단단하게 자란다고 하죠. 소년이 겪은 일은 결코 행복하거나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에요. 실망스럽고 배신당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기분 나쁜 일이죠. 하지만 분명, 소년은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되지는 않을 듯해요. 똑같은 잘못도 안 할 거고요. 자신이 실패하고 아팠던 만큼 신중해지고 깊이 있는 인격체로 커나가겠죠. 짧고 단순한 그림책이지만, 정말 많은 걸 생각하고 떠오르게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