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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평점 :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를 시로 만들어 두고두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주제를 가진 듯한 착각에 빠져들지만, 곧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 돌아와 공감할 수 있는 책이에요. 여자 아이들의 초경과 성장과 함께 동반되는 변화를 잔잔하고 신비로운 그림과 절제된 듯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자꾸 확인하게 되는데, 작가의 마음과 진실된 의도를 찾게 되면서 스스로와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고통을 겪고, 아픔을 경험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어요. 내가 겪고 있을 때, 그것이 중요하고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모르죠. 마냥 귀찮고 짜증나고, 한편으로는 철없는 남자 아이들을 부러워하게 되기도 하고요. 제일 큰 문제는 당장 보이는 것만 설명해줄 뿐, 그것의 의미와 깊은 속내를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어쩌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진실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른들 조차 소중한 의미를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영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교육이 전부인 세상. 아이들은 내 몸이 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고 성장하게 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정말 비유의 여왕이에요. 답답하고 갑갑하고 불편한 것들을 적절할 단어와 사물에 빗대어 노래하고 있죠. 실제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띠고 있는 대상이 바로 떠올라요. 숨은 진실과 속내는 그대로 전해지고요. 작지만 소중한 진실에 관해 철학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취향이 저는 맘에 들어요. 겉으로 드러내면 아주 쉽고 간단하게 전달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깊은 의미를 그냥 놓치고 말게 되죠. 작가는 물 흐르듯, 의미없이 흘러가고 마는 무미건조한 삶이 안타까웠나 봐요. 돌아보고, 곱씹어보면서 당연하게 다가오는 현상조차 감사하고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죠.
그림이 굉장히 단순하고 고요한데, 그 안에서 붉고 화려한 정열을 발견할 수 있어요. 마음속에 머물며 뜨겁게 타고 있는 열정도 엿볼 수 있었고요. 글의 흐름이 희망적이어서 좋았어요. 교육적인 훈계를 담고 있는 책은 금방 사실을 알게 될 뿐, 감흥이 오래남지는 않죠. 하지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책은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지만, 오래 옆에 두면서 삶에 대한 무게를 함께 짊어져 가게 되는 그림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