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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ㅣ The Collection 2
유주연 글.그림 / 보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과 생각을 전부 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에 간단한 단어 하나로도 수많은 의미와 생각과 감상을 느낄 수 있는 경험도 종종 하게 되지요. 간결하면서도 차가워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하는 열정을 느껴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먹으로 대충 그린 그림같다는 첫인상과 달리, 볼수록 숨어있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네요. 흑색과 백색의 대비, 빨간색의 여운이 가슴을 잔잔하게 흔드네요.어린아이부터 80넘은 노인까지도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빨간 새는 아직은 순수한, 다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는 어린 아이같아요. 두려움이 적기에 누구에게든 다가갈 있고, 뜻밖의 상황을 만나도 덜 상처받고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새 한마리가 여행을 떠나요. 친구를 찾기 위해서 떠난 것도 같고요, 혹은 새로운 것을 찾아 심심한 마음에 두리번 거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삭막한 빌딩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서 빨간 새는 희망을 품어요. 나의 친구가 있을 곳을 향해 자꾸 나아가지요. 친구라고 생각해서 다가갔는데, 전혀 다른 물체가 있어서 실망하는 듯 보여요. 그러다 또 나서지요. 친구를 찾아서 꿈을 찾아서 떠나요. 새가 찾고자 하는 대상을 찾았을까요? 과연 새가 찾고 있는 건 무엇인지 떠올려 봤어요.
먹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 차가운 도시를 만들어 냅니다. 뾰족뾰족한 건물들이 낯설어 보이지 않아요. 우리가 늘 보던 그것이었으니까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새는 또다른 무언가를 발견해요. 아마 그것이 또 떠날 수 있는 힘을 주겠지요. 빨간 새가 내뱉는 짧고 단단한 단어들이 마음에 큰 물결을 만들어냅니다.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 두 가지가 곳곳에서 엿보여요.

어른들이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찾아 헤맨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친구 뿐만 아니라, 몇 십년에 걸쳐 끊임없이 쫓아다니면서 지냈던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묻고 싶어요. 찾고 싶은 걸 찾았냐고요. 만약 아직 찾지 못했다면 언제까지 그것을 기다리고 찾아다닐 것인지 또한번 묻고 싶고요.
보림의 THE COLLECTION! 시리즈 중 한 권이에요.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뿌듯합니다. 소장가치가 충분한, 어쩌면 두고두고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명품 그림책이지요. 그림도 글자도 허틈없이 빈틈없이 꽉 채워진 느낌이 들어요. 빈 여백에 무엇인가 채워넣어야 할 의무가 느껴지지 않고요. 여유를 즐기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습니다. 그림과 하나가 되어 ,꿈을 잃지 않은 새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