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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은 강아지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마달레나 마토소 그림, 전은주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2월
평점 :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어요. 옆집에 누가 이사를 와도 시큰둥, 아랫집이 이사를 가도 모른 척...
이웃에 관심갖고 돌아다니시는 나이드신 할머니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하고, 누군가 벨을 누르기만 해도 괜히 철렁하고, 경비아저씨 말고는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도 없고. 저 같은 사람이 많을 거예요. 서로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게 되는데, 그나마 아이가 있어서 친구 엄마나 또래 아이들하고 오손도손 지내니 삭막하지는 않지만, 예전 엄마들 세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웃간의 정은 퇴색된 듯해요.

네모 반듯한 아파트에 누군가 이사를 와요. 이삿짐이 도착했는데, 그제서야 사람들은 창문을 통해 두리번 거리죠. 평소에는 몇 층 몇 호에 누가 사는지 알기 어렵지만, 그나마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니 내다보기는 하네요. 아이는 달랐어요. 누가 이사를 올지, 이삿짐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내 지켜보지요. 다음날 강아지 한 마리가 새로운 이웃이 되어 짠 나타나요. 아이 눈에는 반갑고 기뻤지만 아이 부모님 눈에는 뭔가 이상하고 낯설었어요. 트집을 잡고, 좋게 보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꼭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웃이 이사를 와요. 이번에는 코끼리 두 마리네요.부모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어요. 그들의 빨래가 너무 커서 함께 널어놓는 공간이 부족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좋았어요. 차를 닦는 것도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이웃으로 보였어요.


어른들과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무척 달라요. 아이들은 새롭고 낯선 것에 반가움을 먼저 느끼지만, 어른들은 경계심을 먼저 갖게 되지요.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모르는 것과 낯선 것에 친절할 필요가 없다는 진실을 일찍 알아버린 탓도 있을 거예요.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요. 저도 어렸을 때는 이웃들을 좋아했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관심갖고, 어떤 사람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집안은 어떻게 꾸며놓고 사는지, 모두 궁금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갖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낯선 이웃에게 다가가는 것조차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도 많은 세상이라 믿음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아이가 사는 아파트에는 또 다른 이웃이 이사와요. 악어아줌마인데, 아이 눈에는 참 좋아보였어요. 선물하는 것도 좋아하고 인상도 괜찮아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른들은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동물 이웃들이 이사를 오자 아이의 부모님은 살던 곳을 떠날 생각을 해요. 이상한 이웃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맘에 안 들었나 봐요. 아이는 아쉬웠어요. 그리고 나중을 기약하지요.
빨강과 파랑이 흰 바탕과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에요. 가위로 자른 듯한 섬세한 그림이 쓸쓸한 현대인의 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어요.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아이처럼 새롭고 낯선 것에 기대하고 마음껏 설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