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메이벨 이야기
버지니아 리 버튼 글.그림, 이수연 옮김 / 키다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에 이모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계신 이모와 서부 도시 몇 곳을 함께 여행했었는데, 그 때 샌프란시스코에도 잠깐 들렀어요. 하룻밤만 자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도시였어요. 금문교와 태평양 바다를 보면서 어찌나 시원하고 통쾌하던지...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는 참 예쁜 집들이 자주 보였어요. 하얗고 반듯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주택들을 보면서 바다가 보이는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 기억속에 꼭꼭 숨어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을 그림책을 통해 만나게 될 줄이야...정말 반가웠답니다.

 

 

메이벨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케이블카입니다. 남산이나 설악산에서 타본 케이블카와는 달라요. 공중에 줄이 있어서 매달려서 가는 케이블카가 아니고, 전차와 비슷한 운송수단이지요.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 꼭 필요한 존재였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메이벨은 점점 낡았어요. 색도 바래고...더 빠르고 튼튼해 보이는 교통수단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버스는 느리고 답답해보이는 케이블카를 우습게 봤어요. 겉모습도 번지르르하고 속도도 낼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지요. 느리고 오래되어 낡은 메이벨에게 상처주는 말도 했어요. 시청에서는 케이블카를 없애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메이벨의 가치는 점점 보잘 것 없어졌어요. 더 좋은 것이 나오는 도시에서 볼품없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듯했어요. 도시는 발전하면서 더욱 빛을 내고, 매일 화려하고 더 좋은 것들이 나왔지요. 단지 기계에 불과했지만, 메이벨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잔잔하고 따스한 추억을 주는 존재였는데...

 

새로운 것만 찾고, 겉모습이 화려하고 웅장한 것만 남아있다면, 아마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가 될 거예요. 서울에 고궁이나 옛문화재들이 없어지고, 높은 빌딩만 남아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그것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도시는 소중한 존재로 다가올 거예요. 한옥을 보존하고  옛날 궁궐과 공원들을 잘 가꾸는 것만으로도 서울의 가치는 쑥쑥 올라가겠지요.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들도 바보가 아니었어요. 자신들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똑똑한 사람들이었지요. 메이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참 반듯해 보였어요. 억지로 주장하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방법이 아닌, 모두가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당당한 방법으로 지켜냈어요.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책은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깊이있는 생각거리를 남겨줍니다. <작은집 이야기>(시공주니어)를 보면서 참 따뜻하지만, 올바른 목소리를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읽은 <케이블카 메이벨 이야기>역시 기대이상이에요.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면서 감동과 교훈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작가가 멋져요. 오래된 것이 새 것과 만나면서 겪게되는 복잡한 이야기, 그것을 잘 극복하면서 가치를 빛내는 이야기, 안타까움이 함께 하지만, 늘 실망시키지 않아요. 작은집이 남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선물해 주었던 것처럼 케이블카 역시오래 오래 남아서 그들의 도시를 더욱 빛내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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