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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빵호돌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23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제목만 보면 유쾌한 만화책같아요. 씩씩한 남자아이의 모험담이 나올 것도 같고요. 그런데 이 책은 정말 진지해요. 굉장히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들어요. 큭큭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시려오는 느낌,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는 좀 더 밝게 살아야겠다는 결심까지 이끌어주는 든든한 동화책입니다.
호돌이는 빵학년이에요. 8살이지만 호적에 늦게 올리는 바람에 친구들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다니게 됐어요. 몇일 전까지만 해도 "야" "너" 했던 친구들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데 호돌이는 혼자 방 안에 남겨져 엄마가 차려놓은 늦은 밥상을 맞이하곤 하네요. 공장에 다니는 엄마는 늘 바쁘셔서 호돌이랑 놀아줄 수도 없고요. 옆방에 사는 분이누나도 쉬는 날만 겨우 얼굴을 볼 정도네요. 주인집 나리네 아줌마와 가끔 마주치지만 ...호돌이는 너무 심심했어요. 밖에 나가도 놀 사람 하나 없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처지, 너무 안타까워요. 하지만 호돌이는 친구들이 경험할 없었던 따뜻한 기억을 하나씩 만들어요. 동네 근처 아파트 안, 놀이터에서 마음이 넓은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나게 되거든요. 둘은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면서 속마음도 이야기 하고요.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요.

호돌이는 나이보다 어른스러워요. 징징거리지도 않고, 괜히 트집잡지도 않아요.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놀이터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는 것만 봐도 알겠어요. 호돌이 나이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기 참 어려운데...
달걀을 덧입혀 부친 소시지 반찬, 연탄, 달동네..
그리운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단어네요. 아직도 연탄을 난방용으로 사용하고, 여전히 산동네 달동네가 존재하겠지만, 괜히 그런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요? 재개발되어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기억들이지요. 호돌이는 아빠와 떨어져 살고 있고, 바쁜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아이지만, 어둡거나 주눅든 모습을 보이지 않아요. 친구들에게도 당당하고, 어른들 앞에서도 꿋꿋한 호돌이가 참 의젓해요. 놀이터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끝까지 이어가는 모습을 보니, 사람은 정말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대하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도움을 받고 결정적으로 나를 살려줄 수 있는 사람인지 모르니까요.
아직은 세상이 훈훈한 곳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 아이들이 마음껏 뒤어놀 수 있는 공간, 해맑은 아이들, 떠올리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것이지요.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따뜻한 문체가 돋보이는 동화책입니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사람의 향기를 폴폴 풍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