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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마중불 -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작 ㅣ 동심원 13
정두리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아도 어떤 사람은 하루 하루 소중하게 여기면서 주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투덜거리면서 사는 게 재미없다고 하지요. 같은 것을 보고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지만 살고 있는 모습이나 생각은 천차만별이에요. 동시를 쓰는 분은 아마 작은 것 하나 하나 귀하게 여기고, 아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따뜻한 분일 것 같아요. 매일 보는 가족과 부딪히며 사는 모습이나 친구들, 먹을 거리, 입을 거리, 자연속에서 볼 수 있는 새 한 마리, 풀 한 포기...모두 시인에게는 이야깃거리가 되겠지요.

<마중물, 마중불>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쓴 동시 모음집이에요. 동시를 쓰신 분은 저희 어머니 또래이신데, 글을 보면 유진이 또래 친구가 쓴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순수해요. 동생에게 샘을 내고, 다시 어른스러운 척, 철 든 척 뽐내기도 하고요. 귀신을 무서워하면서도 귀신 걱정을 하는 엉뚱한 마음도 살짝 보여주네요. 자판기보고 쌀쌀맞다고 야단치는 듯한 글도 찾아 볼 수 있고요, 새 한 마리에게 소중함을 느끼는 마음 따뜻한 글도 있어요. 굉장히 생각이 깊은 듯한 느낌의 글도 있지만,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즉 어색하고 서툴고 이해할 수 없는 알쏭달쏭한 느낌의 글이 대부분입니다. 아이였던 적이 없는 사람은 없죠. 제가 어렸을 때 느꼈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었고요.
엄마의 포근함은 어린 시절을 동경하는 이유기도 하지요. 혼나면서도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세상에서 나를 최고로 여겨주는 우리 엄마의 마음.뭐든 솔직하게 말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요. 먼저 생각하지 않고, 마구 내뱉어도 아무도 야단치지 않았어요. 아이가 하는 말에 귀기울여주고 웃어주시던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라요. 그런 어른들이 있었기에 마음대로 떠들고 아무렇게나 행동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본 것, 들은 것, 느끼는 것에 대해 실컷 이야기 할 수 있었고요. 아이들의 그런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동시집이에요.
펌프질 할 때,
한 바가지 물 미리 부어
빽빽한 펌프 목구멍 적시게 하는 물을
예쁘게도 '마중물'이라 부르지
어두운 길,
손전등으로 동그랗게 불 밝히며
날 기다리는 엄마
고마운 그 불을 나는 '마중불' 이라 부를 거야
_『마중물 마중불』_
하루 하루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다보면 아이들 마음처럼 될까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욕심을 덜 부리면 아이들처럼 생각하며 살 수 있을까요? 엄마의 푸근한 품이 그리워지게 만들어주는 책이에요. 어린 시절 철없는 말들을 마구 내뱉었던 것들, 작은 것도 아끼고 소중하게 여겼던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 말하고 고마운 건 고맙다고 말 할 수 있는 것,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려워요.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솔직하고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