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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우다 ㅣ 고인돌 그림책 8
김일광 글, 장호 옮김 / 고인돌 / 2010년 10월
평점 :
그림만 봐도 곧 다가올 겨울이 기다려져요.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면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고요.
아빠의 어린 시절 추억을 옛날 이야기처럼 듣는 느낌의 그림책이에요.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조용한 시골마을의 평화로움을 그대로 전해주네요.

여우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무서운 동물이죠. 잡히면 먹힐 것 같은 무시무시한 동물이에요.
그런데 그림책에 나오는 여우는 순진해 보여요.
하얀 털을 복슬복슬한 강아지같기도 하고요.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뾰족한 주둥이와 번들거리는 눈이 없었다면 아마 강아지인 줄 알고 쓰다듬어 줄지도 모르겠네요.

풍경이 정겨워요.
외딴리에 있는 오두막의 정경도,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모습도.
구렁이를 능청스럽게 쫓아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요. 할머니들은
참 지혜로워요. 감히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편안함을
갖고 계시죠.
몸이 약해서 늘 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의 모습도 아른거려요.
놀고 싶은데...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죠. 같이 해서 질 것 같으면 절대 한 편으로
넣어주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는 외로워보이지 않았어요.
넉넉한 품의 자연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겠죠.

여우에게 혼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 마냥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무섭긴 무서운데 너무 너무 궁금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겠죠. 아이다운 모습이에요.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들은 뭔가 달라요.
도무지 흉내낼 수 없고,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아빠가 딸에게, 아들에게
자신의 어린시절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을 가진 그림책이에요.
그림이 참 좋네요.
보고 또 봐도 자꾸 새로운 게 눈에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