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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엉터리 딸기잼
프란츠 홀러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경연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와보고 싶어요. 하하!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별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두면서 살았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같은 것을 바라보고 비슷한 모양새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집이에요. 짧은 동화지만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해요. 매일 봤던 물건들이 새롭게 보이고, 혹시 내 방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꽉 막혀있는 사고를 팡 뜷어줄 것 같은 기분 좋은 글이에요.
짧은 글에는 깊고 의미있는 철학이 담겨 있어요. 무슨 말인지 금방 알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글은 도대체 뭘 말하고 있는지 한참 생각해야 했어요. 그래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옆에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보여주었는데 저와 전혀 다른 생각으로 발전해 있더군요. 노란부리 까마귀 두 마리의 이야기, 그들이 돌 위에 사뿐 앉아있는 그림이 있는 페이지, 아무리 읽어봐도 어떤 의미를 말하고자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성경에 나와 있는 그대로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하니, 기독교 신자도 아닌 제가 성경을 다 읽어봐야 할까요?

화강암이 영화관에 들어와서 영화를 본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정말 엉뚱하지요. 화강암을 더 엉뚱해요. 별 것도 아닌 것에 깔깔 웃음을 터트리고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왕창 주고 자리를 떠나지요. 무얼 말하고자 했을까요? 책 속 글들을 늘 의문을 갖게 하네요. 이 문제일까? 아니면 저 문제일까? 생각이 멈춰있는 저같은 어른들에게 자꾸 자극을 줘요. 그림도 한 장 한 장 철학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뽐내지요. 글과 어울리기도 하고, 가끔은 글과 상관없어 보이기도 하고(아마 동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해서 그럴 거예요!) ,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멋진 그림들도 많아요.
무척 노력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말로 끝나버리는 이야기도 나와요. 탈무드를 비롯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철학동화들과는 뭔가 달라요.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것들, 경험하는 것들이 종종 나와요.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훈을 얻게 되는 그런 동화와는 많이 달라요. 아마 작가가 겪은 이야기도 있고, 대부분은 상상해보았던 이야기겠죠.스위스를 비롯해서 유럽쪽 나라들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작가가 ㅣ직접 겪었던 이야기도 꽤 있을 거라 여겨져요. 재미있는 건, 여러가지 결말과 상황을 동시에 나열하는 것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모든 경우를 다 인정하고 모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인정해 주어요. 마음이 넓고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딱딱한 작가가 아니에요. 엉뚱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해요. 난쟁이의 부탁으로 딸기잼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거인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혀를 끌끌 찰 만큼 정말 엉뚱해요. 어쩌면 상상을 해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쪼그리고 앉아서 딸기잼이 넘치는 걸 휘휘 젓고 있는 거인의 모습을 보세요. 거인의 표정이 딱 작가와 닮아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잠들기 전에, 아니면 일하다 머리가 아플 때 몇 편만 골라서 읽어봐도 갑자기 머리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어요. 와 ~ 이렇게 생각하면서 살 수도 있겠구나...답답했던 머리가 확 열리면서 마음까지 넓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작가처럼 멋진 상상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피곤하고 힘겨운 삶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