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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ㅣ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9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상남 옮김, 찰스 산토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같은 세상에 인어공주처럼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걸 여자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바보같은 사랑, 자신보다는 상대에게 맞추려는 사랑,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인연같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어린이 명작동화는 슬프더라도 나중에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을 갖기 마련이지요. 어려운 상황과 고난을 잘 겪어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달콤하고 꿀같은 사랑이야기. 하지만 <인어공주>는 달라요. 내용도 무척 슬픈데, 결말은 더 슬퍼요. 아이에게 읽어주기 망설여질 만큼 일방적인 사랑이야기인 듯하고요. 슬픈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요. 그래서 <인어공주>를 읽고나면 마음의 여운이 오래 남아요. 나에게는 절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운명같은 사랑,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모두 갖고 있는 인어공주에게 느껴지는 경외심과 동정심이 교차하는 감정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져요.

어려서부터 <인어공주>는 열 번도 넘게 읽어 보았어요. 그림책으로도 동화책으로도 읽어보았답니다. 이번에 읽어본 그림책은 그 중에 그림이 가장 아름다운 책이에요. 책도 시원스럽게 크고요, 그림도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이를 만큼 생생하고 또렷해요. 인어공주가 책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고요. 유진이는 인어공주의 가슴을 보면서 찌찌가 나왔다고 좋아하네요. 그만큼 그림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요. 여인의 아름다운 몸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 같은 인어공주가 왕자를 향해 무조건적으로 퍼붓는 사랑은 도무지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그윽해요. 물고기 다리가 없어지는 대신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빼앗겼고, 아름다운 다리를 얻은 대신 움직일 때마다 엄청나게 큰 고통을 느껴야 했어요. 그래도 사랑을 위해서 인어공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처음에 바다 위 세상으로 나와서 본 왕자, 아마 첫사랑이었을 거예요. 바닷속에 살고 있는 내내 바깥 세상이 너무 너무 궁금했던 막내 인어공주는 결국 사랑에 빠져요. 왕자를 구해주고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할 만큼 순수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유치하지 않아요. 바라보고, 끊임없이 기다리고, 포기할 줄 아는 사랑, 그래서 슬퍼요. 그림속 인어공주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생각도 들고요.


유진이가 읽기에 글이 많은 편이라 처음에는 제가 읽어줬어요. 그래서인지 그림에 푹 빠져서 한참 들여다 보더군요. 인어공주가 예쁘다고 하면서 앞으로 사람을 그릴 때 꼭 인어공주처럼 그리겠다고 하네요. 귀여운 인형같은 사람만 그렸는데, 이제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되네요. 색감도 참 고급스러워요. 바닷속도 육지 위도 왕이 살고 있는 곳도 모두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림이 커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어요.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행복을 버렸던 삶, 가슴이 아프고 짠하네요.그래서 더욱 아름답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