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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평점 :
그동안 내가 살아보았던 집은 몇 개였을까? 떠올려 봤어요.
자그마한 주택에서 태어나서 7살까지 살았고, 그 이후에는 쭉 아파트에서만 살았어요.
외할머니는 아파트나 빌라에만 사셔서 특별하게 기억나는 향수는
거의 없는데, 친할머니가 살았던 시골,
지금은 저희 부모님이 살고 계신 그곳에 대한 기억은 남다릅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아주 오래된 낡은 시골집이었어요.
비록 소는 없었지만 외양간도 있었고, 아궁이와 부뚜막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불을 지펴야 방바닥이 뜨끈해지는 곳이었고요.
부엌에서 일하기 힘드셨을 텐데
어렸을 때 방학에 놀러가면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나요.
저희 부모님이 살게 되면서 집을 고쳤어요.
부엌도 현대식으로 고치고
외양간도 없애고, 이곳저곳 낡은 곳도 손을 보셨어요.
옛날 느낌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래도 오래된 기억이 스물스물 떠오르는 공감이기도 해요.
집은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누구와 살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지에 따라 느낌과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가정의 역사이기도 하고, 가족의 변화와도 관련이 많지요.

<그 집 이야기>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섬세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을 보면서
공간의 위대함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1900년대, 20세기를 거쳐오면서 하나의 집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했는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바뀌면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살펴보면 거대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여겨집니다.
아이들이 발견한 집이
하나의 가정으로 거듭나고, 그 안에서 슬픈 일과 새로운 일들이 펼쳐지는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어요.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으면서도 새롭게
힘을 내서 다시 가꾸어지는 모습,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목적으로 탄생하는 집의 변화, 죽음과 삶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넓은 아량은 가진 집,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장엄하기까지 하네요.


집의 역사를 보면서
한 나라의 역사 또한 짚어볼 수 있어요. 1940년대 초반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이탈리아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 그것으로 인해 초래된 수많은 죽음과
부당한 결과들...
그리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힘까지..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몰고 오지요. 주인 여자가 세상을 떠나고
집은 또다른 공간으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세월을 흘러가고, 집은 역사를 등에 지고
점점 낡아갑니다.
마지막으로 변한 집의 모습은
정말 깜짝 놀랄만 해요. 너무도 익숙한 곳이고 부러움이 절로 일어나는 공간처럼 보였지만,
왠지 낯선 느낌 역시 받게 되네요. 돌과 나무로 만들어져 몇 백년은
지내오다 현대판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면서
처음의 모습을 거의 잃게 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삶이 깃들게 됩니다.
집이 어떤 모습을 갖든
사람들에게서 나오고, 사람들의 인생과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을 지니게 되나 봅니다.
그 안에 살게 되는 사람들은 바뀌고
목적은 달라지지만, 역시 집이라는 존재는
인간에게 편안함을 주는 곳이지요.

굉장히 무거운 듯한 그림, 하지만 푸릇푸릇한 느낌의 색채는 집의 편안함을
더해줍니다. 편안함과 거리가 먼 느낌을 갖고 역할을 했던 시대도 있었지만 , 역시 집만큼
오랜 역사를 대신 말해줄 수 있는 존재도 드물 거예요.
한편의 역사 드라마를 본 듯해요.
삶의 무늬가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한 느낌의 그림과
엄숙한 듯,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는 글과 설명,
오래된 집의 기억을 떠올려보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