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고마워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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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렸을 때, 글쓰기를 해야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생각이 막혀서 한 줄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이 밀려올 때가 있었어요. 당장 공책과 원고지를 채워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한 적도 많았어요. 아이의 마음은 순수해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때로는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낯선 세상의 모습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도 하지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써내려가지 못해요. 왜 그럴까요?  세상의 때가 묻어서 그런 건 아닐 테고...자신감이 부족한 걸까요? 아니면 글재주가 없어서...

 

 

동시집 <고마워 고마워> 를 읽어보면서 이 책은 분명 아이가 쓴 거라고 믿었어요. 작은 사물을 바라보면서 웃을 수 있는 여유,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반가워할 줄 아는 마음, 자연속 소소한 변화에도 반응을 보이는 순수함....어른들에게 이런 감성이 남아있다면, 아마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는 구도자 쯤 되어있지 않았을까..생각하면서 읽었어요. 다 읽고나서 작가의 약력을 봤는데, 놀랐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이었어요. 중년의 고개를 넘고 나면 어떤 느낌일까?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세상과 다를까? 더 많이 똑똑해지고, 더 많이 알게 되어서 마음이 여유로워질까?  평소에 궁금했어요. 그 나이가 되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 무슨 생각에 빠져 살게 될지, 너무 너무 알고 싶었어요. 그런데....제가 궁금했던 나이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때로는 철부지같은 마음으로, 가끔은 장난꾸러기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듯한 분이었어요.

 

실제 생활이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맑고 고운 동시를 쓸 수 있는 분이라면 뭔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으실 거라고 기대됩니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요. 똑같은 사물과 현상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인간은 소통하며 살아야 한다고 하지요.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배우고, 남에게 나의 느낌과 생각을 전해줄 수 있으니까요. 쌀을 훔쳐먹는 생쥐를 보면서 투덜거렸던 사람들이 보면 과연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요. 열심히 가꾼 밭을 망친 짐승들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상상이 되지요. 그런데 동시에는 아주 재미나게 그려져 있어요.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 뭘 그정도 가지고 펄펄 난리를 피우느냐, 하는 가르침이 숨어있어요. 아이들의 마음도 비슷하겠지요.

 

아무리 빡빡하고 여유를 잃은 삶을 살아갈지라도 내 마음의 평화와 행복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느냐, 고 말해주는 듯해요. 그냥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에 재미를 붙이고 웃으며 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많이 웃으며 사는가 봐요. 아이처럼 그냥 바라보고, 조금 화가나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면 세상이 각박하다는 마음이 덜 생기겠지요.

 

 

 

 

부지런한 이발사예요.

할아버지 댁

깜장 염소는

 

오늘은 콩밭 두렁

삐죽삐죽 자란 풀

이발하러 가고

 

내일은 들깨밭 두렁

엉금엉금 기어 나온 풀

이발하러 간다지요

 

가끔 풀 뜯다가

콩잎도 조금 먹고

깻잎도 조금 먹고

 

하지만 괜찮아요

실수로 먹은 콩잎 깻잎

수고비 대신이랍니다.

 

- 『할아버지 댁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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