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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단의 비밀 ㅣ 동화 보물창고 28
방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평점 :
192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네요.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고통받던 조상들의 모습, 안타깝게 이별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 인권이 철철하게 짓밟히던 현장, 돈으로 사람을 사고 팔고, 아편을 거래하면서 못할 짓을 일삼는 파렴치한들...
방정환 선생님의 소설입니다. 추리력이 돋보이는 글이라 읽는 동안 두근두근 거려요.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잡히지 않을까? 죽지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이 어우러져 책장이 마구 마구 넘어간답니다. 곡마단에서 묘기를 보여주며 살아가는 두 아이, 서로 남매일지도 모르고 남남일지도 모를 애매한 관계였지만, 둘은 의지하면서 척박한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공중에서 목숨을 걸고 보여주는 묘기에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살지만 소년과 소녀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부모도 모르고 , 고향도 모르고, 정확한 나이도 모른 채, 곡마단에서 시키는 대로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을 찾아온 낯선 남자에게서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됩니다. 일본 사람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둘은 조선 사람이었고, 또 남매였다고 하네요. 상호와 순자라는 어엿한 이름도 있었고요. 그 남자는 아이들의 외삼촌이었어요. 곡마단 단장과 단장 마누라는 그를 경계했어요. 두 아이를 숨기고 경성에서의 공연을 모두 취소해 버려요. 자신의 뿌리에 대해 듣게 된 아이들은 충격과 기쁨에 사로잡혀요. 하지만 알고 싶은 모두를 알 수 없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지요. 외삼촌이라는 사람이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말하려는 찰나에 그만....

곡마단 단장의 괴롭힘은 점점 더해갑니다. 채찍으로 때리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꽁꽁 가둬놓아요. 하지만 상호와 순자는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합니다. 잡히고 도망하고, 또 잡히고...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미가 느껴지는 소설이에요. 종이 쪼가리 하나에 웃고 우는 사태가 이어지고, 중국으로 끌려가게 된 순자를 찾으러 상호를 뒤쫒아 가지요. 잡힐 듯, 말 듯,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져요. 곡마단 사람들에게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곧 밝혀집니다. 어마 어마한 비밀이 숨어 있었어요.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남매를 도와주던 기호라는 사람의 정체가 분명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뭔가 딱딱 들어맞는 듯한 구조가 1920년대 소설임을 말해주고 있어요. 우연적인 일도, 갑작스러운 일도 자주 일어 나고요. 말투도 재미있어요. 현대에 맞게 수정된 부분도 있다고 하지만, 당시 분위기를 흠뻑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소설을 결말을 짐작하기 쉽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뚝 떨어져서 당황하게 될 것도 같고, 한편 생각지 못한 상황이 닥치면서 놀라게 될 것도 같고, 두근거리면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어려운 단어에는 주석이 달려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5월 5일 어린이날을 만드신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이라서 더 관심갖게 되네요. 방정환 선생님이 쓰신 탐정소설이라 흥미로웠고요. 그림도 좋았어요. 상황에 맞게 잘 표현된 그림이 분위기를 살려주었고요. 적절한 색채도 한 몫 했고요. 마무리는 역시 후련했어요. 결말을 상상하면서 긴장하며 읽었는데, 역시... 두근두근 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