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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으로 학교 간 날 ㅣ 꿈공작소 1
타이-마르크 르탄 지음, 이주희 옮김, 벵자맹 쇼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해지네요. 어찌 어찌 사정이 생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학교에 갔다면, 아마 공중파 방송까지는 몰라도 지역신문이나 지역방송에는 나왔을지도 몰라요. 학교에 가는 동안 경찰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붙잡혀 집으로 끌려갔을지도 모르고요. 아무리 좋게 넓은 생각으로 받아들이려고 해도 좋은 쪽으로 상상되기 보다는 걱정과 안타까움이 넘쳐서 눈살을 찌푸리게 될 거예요.
피에르는 아침에 늦잠을 잤어요. 급한 마음에 허둥대다 그만...옷을 안 입고 학교에 오게 됐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빨간 장화는 챙겨 신었네요.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해 보였고요. 교문에서 얼굴만 삐죽 내밀었을 때만 해도 설마..집으로 다시 돌아가겠지 했는데, 피에르는 당당하게 걸어서 학교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학교라면 학교 전체가 들썩거릴 만큼 난리가 나겠죠. 어떤 아이가 옷을 홀딱 벗고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데 조용할 리가 없죠. 피에르의 학교는 달랐어요. 뭔가 의미심장한 눈빛이 오고갔지만, 그건 피에로와 상관없어 보였어요. 단순하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눈빛과 관심일 뿐이었어요. 놀랍지요. 친구들은 "안 추워?"라고 물었어요. 그게 다예요.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할 뿐이었어요.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게 되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고요. 이상한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없었어요.


프랑스라는 나라는 우리와 정말 다른 사고를 갖고 있는 곳인가 봐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과학시간, 체육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맛난 점심을 먹었어요. 오후에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어요. 쉬는 시간에 피에로는 나뭇잎과 풀줄기를 찾아 작은 옷을 만들어요. 그리고 옆반의 여자 아이 하나를 발견합니다. 피에로와 똑같이 알몸인 여자아이였어요. 학교가 끝나고 신나게 뛰어 나갔어요 "알몸이 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라고 외치면서요.
피에로는 알몸으로 학교에 간 그날을 오래 오래 기억할 거예요. 부끄럽고 싫었던 기억보다는 자유롭고 색다른 경험을 해보았던 것을 기억하겠지요.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가 있다는 걸 아이에게 이야기 해주었어요. 우리나라도 프랑스도 모두 이상한 나라가 아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를 뿐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어느쪽이 좋은 거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도 함께요. 함께 살고 있는 세상이지만 나라마다 민족마다 풍습이나 생활방식은 많이 다르죠. 비판하기 보다는 서로 인정해주면서 좋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