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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 송
질 르루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춤추는 걸 좋아하는 여자, 글쓰기를 사랑하는 남자. 대법원 판사의 딸, 비누 세일즈맨의 아들.
그들은 겉보기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서로 사랑했다. 다른 남자들과 연애를 하면서도 그를 그리워했고 그를 기다렸다. 그는 약속을 지켰고 그들은 결혼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긋나는 사랑의 시작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여자, 젤다와 여리지만 고집이 있는 스콧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그녀는 프랑스인 조종사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느꼈고 사랑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고 함께 생활하는 것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게 사랑이라면 그녀는 남편이 아닌 사람에게서 사랑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불행한 일이다. 젤다의 위험한 행각은 곧 멈추게 되지만, 그녀는 조종사와의 사랑을 평생 기억하며 그리워한다.그녀는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어쩌면 둘은 너무 사랑했기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녀는 춤을 추면서, 연애를 하면서, 글을 쓰면서,그림을 그리면서 부족한 마음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이끈 건 뭘까? 그녀의 열정. 그녀의 넘치는 끼와 사랑. 잘못된 만남과 사랑. 이 모든 것!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의 작가 스콧 피츠제랄드와 그의 아내, 젤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2007년에 공쿠르 상을 받은 작품이다. 때로는 시처럼 느껴지고, 가끔은 연극같기도 한 소설이다. 그들의 실제 이야기라고 여기면서 읽었다. 곳곳에 등장하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의 이름이 더욱 실감나게 와 닿았다. 두 부부의 모습은 당시 최고의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구제불능의 여인, 싸구려 매춘부같은 여인, 여자가 해야 할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꿈과 열정을 찾아 헤매는 불쌍한 여인. 스콧에게 뮤즈였고,영감을 제공하는 가여운 여인.
그녀를 바라보는 스콧의 마음은? 사랑했지만, 완전히 가질 수 없었던 여자, 그래서 불안했고, 상처받았고 , 절망했다. 젤다가 정신병원에서 쓴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파렴치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작가의 이면에 숨어있는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소설이다.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작가의 생각인지 헤아려보아야 한다. 마지막 '작가노트'에서 진실과 허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하고 젤다처럼 살아야 한다면? 남편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남편은 불타 오르는 질투를 못이겨 그녀를 무시하게 되고, 상처받고, 서로 헐뜯으면서 술과 담배와 마약,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 휘둘려 살다가 결국은 정신병원으로 가게 되는 운명이라면? 그것이 영감이 되어 글을 쓰고 , 남편에게 훌륭한 글쓰기의 영감을 마구 불어넣어주는 여자. 남편이 유명한 작가가 되어 더불어 함께 이름을 날리게 되고, 결국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 자신의 목소리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얻는 것만큼 잃는 게 있다고 하지만, 결혼 할래, 안 할래, 선택하라고 하면 엄청 고민이 될 것 같다.
사랑했고
또한
서로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다
숨을 쉬기가
너무 어렵다 (210쪽)
그녀는 끝까지 미국 최고 작가의 아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비록 자신은 망가지고 볼품없어 졌어도 그녀의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그것을 사랑이다, 아니다 라고 규정 짓는 건 어리석다. 그들은 불같은 사랑을 했고, 사랑으로 만들어진 스콧의 작품은 영원히 남아서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