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 개정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봐도 표지 그림을 봐도, 분명 통속적이고 삼류소설 비스무리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열여덟 살 청년과 서른두 살 아줌마의 로맨스라니..내용 역시 촌스럽고 느끼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는데...헉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 될 만큼 유명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정말 문체가 끝내준다. 비꼬는 듯한 말투와 우스꽝스럽게 치장된 문장 사이에 엿보이는 진심, 평범한 상황을 극적으로 끌어내는 마술같은 표현력, 대단하다. 기괴하고 사이코틱한 인물들을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그의 소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들로 넘쳐난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에 머물었을지도 모를 사건을 극적으로 몰아가 읽는 이로 하여금 숨가쁘게 만든다. 

 

              



 훌리아와 마리토(가끔은 마리오나 바르기타스로 불리기도 함) 가 루초 삼촌 댁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와  최고의 방송작가 페드로 카마초의 엽기 발랄한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페루의 리마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사람들에게 풍겨져 나오는 향이 진하다.  볼리비아에서 온 카마초는 아르헨티나를 무척 싫어한다. 이야기 속 한심하고 우습고 엽기적인 부분은 대부분 아르헨티나 인에 빗댄다. 페루의 라디오 연속극에서 아르헨티나를 무진장 때려대는 바람에 엄청난 항의를 받지만 꿈쩍도 안한다. 연속극은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훤한 이마와 매부리코에 꿰뚫어 보는 듯한 눈길을 가진 사나이들이 자주 등장하고 오십을 인생의 절정기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언어의 마술사처럼 비유와 상징과 익살이 굉장하다. 헛헛 웃음이 나오다가도 끔찍해서 소름이 돋기도 하고 ,가끔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호들갑 떨듯이 말하고 있어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정신없이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한 편 한 편 정말 재미있다. 어린 동생을 쥐들에게 빼앗긴 남자가 쥐잡는 걸로 성공하고 가정을 이루다가 비극적인 상황을 몰고오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스토리 자체는 간단하고 살짝 통속적인지 몰라도 장면과 심리를 묘사하는 글 한 줄 한 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하고 다채롭다. 표현의 귀재다.

 처음엔 황당한 결혼이야기가 그냥 만들어진 것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 소설을 다 읽고 알게 되었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훌리아가 밀어붙이는 마리토에 말려들면서 혼란스러워 할 떄 이렇게 말했다. " 5년만 이렇게 살 수 있다면  미친 짓에 동참하겠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사랑이야기가 아닌데, 소설을 읽다보면 그 둘의 나이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함께 영화를 보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행위가 자연스러웠다.

막판에 페드로 카마초의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과거에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나 또 죽고, 이름은 같은데 엉뚱한 장소에 툭 튀어나와서 혼란스럽게 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웃음이 나온다. 이야기 자체가 엉뚱하지만 빨려들어가는 속도는 엄청나다. 소재도 인물도 장소도 다양하다.건물이 폭삭 무너져 죽고, 경기장 안에서 어이없이 죽고, 불이 나서 죽고...

작가가 쓰는 글 속 표현을 따라 써보고 싶어진다.  ( )와 - 로 뒤죽박죽 오락가락하는 문장들이지만. 정말 유쾌하고 즐거워진다. 과연 훌리아와의 사랑이 영원했을까? 카마초는 진정 아르헨티나를 싫어한 것일까?  마리오에게 새로운 사랑이 또 찾아왔을까?  역시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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