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의 도시
데이비드 베니오프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도시, 레닌그라드의  처절하게 빛나는 모습, 우정과 사랑이 넘치는 그곳, 그래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절절한 한 편의 소설을 만났다. 영화 <트로이>와 <연을 쫓는 아이>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작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의 소설이다. 유쾌하지만 슬픔이 배어있는 글, 아름답지만 어두운 전쟁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 그래서 가슴 속 깊이 새겨져 오래오래 남겨질 듯하다. 400페이지의 소설책 한 권을 단숨에 읽었다. 끔찍하거나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신을 쏙 빼놓는 서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신없이 아무 생각 못하면서 읽었다. 엄청  재미있다!

 

 

유령과 식인종이 날뛰는 도시, 나치와 맞서며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도시, 레닌 그라드는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자들로 가득찬 도시였다.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 별 이유도 없이 총살당하는 자들로 넘치는 도시였지만 레프와 콜야에게는 여전히 웃음을 주는 여유로운 곳이기도 했다. 열일곱 ,스물이라는 반짝거리는 나이의 두 소년이 일주일 동안 겪게되는 수많은 일들, 목숨을 잃을 뻔한 일, 여자를 두고 벌이는 그럴싸한 입담, 숨기고 싶은 가족이야기,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책에 대한 이야기...단 일주일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찬란하고 여유롭고 충만하다. 읽는 이의 마음과 영혼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독일군 진영에서 겪게 되는 가슴 철렁한 사건들, 빠져나오는 우리의 러시아 전사들...멋지다. 아쉬운 콜야와의 이별이 슬픔을 더해준다. 그래서 소설이 더욱 빛난다. 완벽한 건 없다. 빠지는 만큼 아쉬움과 목마름이 남는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최고의 친구를 만나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면서 보낸 일주일. 어리버리해 보이는  레프는 동정심과 유쾌한 웃음, 그리고 불끈거리는 애국심을 불러 일으킨다.불쑥 튀어나오는 엉뚱한 문장에 피식 웃기도 하고, 진지하고 깊이있는 문체에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한다.  두근거리다가 맥을 놓고 웃게 되고, 마음을 푹 놓고 있다가 죽음의 그림자를 발견하곤 그만 넋이 빠지고 만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의 이야기 전개에 빠져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러면서 순간순간 밀려오는 감동의 물결에 허우적대면서 마지막장을 넘긴다.

 

달걀 열두 개를 찾아 떠난 여행, 참 어이없다. 전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치고는 한심하다. 그래도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 그들은 떠난다. 모르는 사람으로 출발해서 어느새 친구가 되어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작은 에피소드 하나 하나,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명, 모두 잘 엮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뺄 것도 없고 더할 것도 없어 보인다. 완벽한 채 전개되는 이야기 속으로 그냥 빠져든다.

 

와 ~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는다. 싱겁게 끝날까봐 조마조마.. 두근거리고 있는데, 뒷통수를 살짝 치면서  슬픔과 벅차오름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정말 멋진 소설이다. 억지스럽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전쟁과 사랑과 우정과 슬픔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영원히 남는 건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추억, 사람에 대한 느낌, 사람에 대한 믿음, 이 모든 게 잘 버무려져서 글 속에 녹아있다. 감동을 주는 소설은 맛있는 요리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랜만에 감동과 재미를 듬뿍 안겨 준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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