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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들어가도 되나요?
들어가도 된다고 말해줘.
TV 볼 때 무서운 것들이 싫어서 찌르거나 피가 나거나 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려버리는데,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 피와 괴기스러움과 역겨움이 곳곳에 숨어있는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니, 뿌듯하다. 1권은 엘리와 오스카르, 엘리와 호칸의 위태위태한 관계에 빠져서 정신없이 읽었다. 치밀하고 흥미진진한 덕분에 무서운 줄도 몰랐다. 왕따당하는 오스카르가 안타까워서 혼자 씩씩 대면서 누가 나서서 도와주거나 아니면 엘리가 보기 좋게 복수해주길...그런 엉뚱한 상상도 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2권 초반부, 덜렁덜렁 살점이 너덜거리는 시체가 벌떡 일어나서 사람을 물고, 뭔가 끈적한 액체를 마구 뿜어내는 장면에서 헉...했다. 이런...그래도 자꾸 뒷내용이 궁금해져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랑이 있다. 마음 먹은대로 버리고 떠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질긴 인연과 어찌 할 수 없는 끈끈함이 사랑을 지긋지긋한 것으로 만든다. 또 아름답게 승화하기도 하고. 오스카르가 엘리를 매정하게 뿌리치기를 바라며 읽었다. 설마 그게 사랑이겠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엘리에게 사랑을 느끼겠어. 혹시 모르지. 호칸이 그랬던 것처럼 오스카르도 제 목숨까지 내어줄지도.
오줌공을 차고 다니고, 반 친구들에게 돼지새끼라고 놀림받으면서도 저항하지 않는 오스카르가 찌질이 못난이로 보였다. 제 할말도 못하는 바보같은 인간.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삐딱했는데, 그마저 그의 나약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할 뿐. 그러다 점점 오스카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빠를 향한 무언의 저항, 엄마를 사랑하는 뜨뜻한 마음, 엘리에게 향한 끈끈한 우정, 혹은 사랑. 칼을 들고 다니면서 나무에게 분풀이 하는 엽기적인 행동, 살인사건 기사를 수집하는 집요한 모습까지. 엘리에게 보여준 무게있는 사랑이 그를 빛나게 한다. 말없이 기다리고 조용히 바라보며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바로 깊이있는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두근두근, 톰미와 시체나 마찬가지인 호칸이 지하실에서 대결하는 장면, 제일 흥미로웠다. 무슨일이든 벌어질 것 같고 톰미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절망이 밀려왔지만 나의 예상은 살짝 빗나간다. 빛을 두려워하며 , 살아있는 사람의 피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존재, 200년 넘게 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건드릴 수 없는 그들. 뱀파이어가 하나 둘 씩 늘어날 때마다 두근거린다. 설마 뱀파이어 세상으로 변하게 되지 않을지. "내 심장을 태워줘" 그들이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빛으로 태우는 것이다. 비르기니아가 영원한 죽음을 선택했을 때, 찡했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여겨져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오스카르가 엘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의 사랑이 독특하고 조금은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몸은 멀어지려 노력하면서도 마음으로 끌어당기는 사이. 그들의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게 될지, 상상해 보면 한숨이 나온다. 쉬운 사랑이 어디있냐고들 하지만 그들의 사랑만큼 앞날이 컴컴할 수 있을지. 그래서 더욱 절실하고 짜릿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 그들만의 우정을 쌓아가기를..뱀파이어의 아름다운 우정, 그리고 사랑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