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나 따라가지 않아요!
다그마 가이슬러 지음, 윤혜정 옮김 / 오마주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웃끼리 도란도란 아이를 챙겨주고 정을 주고받던 시대는 끝난 걸까요. 바로 옆집에 사는 누군가도 믿을 수 없는 시대가 왔어요. 전혀 반갑지  않은 풍속이지요.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사고는 아주 잠깐 사이에 일어난다죠. 꼼꼼하게 아이를 챙기고 위험한 것으로부터 지켜주려고 노심초사 하다가도 잠깐의 실수나 혹은 운이 나쁨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고 하네요. 그럼 24시간 내내 아이를 졸졸 쫓아다녀야 할까요. 마음으로는 그러고 싶네요.

 

그림책에 나오는 리나는 똑똑하고 자기 앞가림을 잘 하는 아이입니다. 절대 아무나 따라가지 않아요. 급하고,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은 이성을 잃고 약해진다고 하는데 리나는 기다리는 엄마가 오지 않아도, 비가 내리기 시작해도 당황하지 않아요. 매일 약속을 잘 키기던 엄마라도 하루쯤은, 아니 아주 잠깐 사정이 생겨서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 있어요. 리나의 엄마도 하필 그날, 학원 앞에 오지 못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리나는 엄마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으라고 했다면서 꼼짝 안하고 서있었어요.

 

가만히 서 있는 리나를 보고 지나가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아는 척을 하네요. 나도 집에 가는 길이니 함께 가자고도 하구요.알 듯 모를 듯한 아저씨가 와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도 하시네요.  어디서 본 듯한 분들이었지만 그분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어요. 샤워를 좋아하는지 목욕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고, 빨간 젤리를 좋아하는지 초록 젤리를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했기에 리나는 그분들을 절대 따라가지 않았어요. 사람을 믿고 안 믿고 판단하기에 다소 엉뚱한 기준을 들이댔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리나 말이 다 맞아요. 사소한 것들을 다 기억해주고 아주 작은 습관이나 특징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리나는 꼼짝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그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에요.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던 아저씨가 리나를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시네요. 어떤 아주머니는 우산을 함께 쓰자고도 하시구요. 리나는 그분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에 절대 따라가지 않았어요.

 

리나에게 함께 가자고 했던 분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었을까요. 진짜로 리나를 알고 있는 분이었을까요. 어쩌면 비맞고 있는 이웃 아이를 챙겨주고자 했던, 마음씨 고운 분들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리나의 행동이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버릇이나 이름도 가물거리는 사람을 무조건 믿고 따라갈 수는 없겠지요. 

 

누군가 나타나 리나에게 이제 가자고 말합니다. 가시달린 옷을 입고 있고  얼굴에는 심술이 붙어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영 불안한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리나는 그 오빠를 따라갑니다. 거미를 싫어하고 ,딸기소스가 들어간 푸딩을 좋아하고 , 잠잘 때 곰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리나의 오빠였거든요. 엄마가 직접 적어준 '따라가도 되는 사람들 리스트' 에 오빠는 들어가 있거든요. 휴우 ~ 정말 다행이에요. 비도 오고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리나에게 아무일도 생기지 않아서요.

 

사람들의 친절을 거절하면서 리나가 떠올리며 상상한 그림들이 재미있어요. 그리고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구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무척 바라지만, 한편으론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지요.  사회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아이를 잘 지켜야겠지요. 엄마 아빠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집주소를 외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누구도 함부로 따라가면 안된다는 것부터 가르쳐야겠어요. 책 맨 뒷부분에 따라가도 되는 사람들 명단을 적는 페이지가 있어요. 아이와 함께 적어보고, 그 이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서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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