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 에고, 짜다 동시야 놀자 7
함민복 지음, 염혜원 그림 / 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동시집입니다. 시인 함민복 님이 쓰신 글인데, 웃음이 나오다가 갑자기 급공감 모드로 돌아서기도 하고, 진짜 어른이 맞을까 살짝 의심도 하면서 읽었어요. 그만큼  글이 맑고 , 생각 자체가 기발해서 재미있었어요. 작가가 마지막 페이지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셨어요. 아이들 마음 자체가 동시인데  잘 쓰지도 못한 동시를 발표하게 되어 미안하다...뭐 이런 글이었는데, 전혀 그러실 필요 없겠어요. 아마 시를 읽는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이 잘 통한 어른은 없었을 거라고 깔깔 대면서 공감했을 거예요.

 

바닷가에서 본 작은 조개와 소라들, TV에서 보는 바다 생물들, 그리고 자주 밥상에 올리는 생선들이 이제 새롭게 보이겠어요. 당연하게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생각하곤 했는데, 하핫!  자꾸 동시 속 주인공들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오네요.

 


그림도 크게 한 몫 하지요. 동시를 읽으며 살짝 눈을 돌려 옆의 그림을 보면 더 크게 웃게 됩니다. 새우, 낙지,아귀, 짱뚱어,숭어, 집게, 소라....어찌나 우스꽝스럽고 귀엽게 그려졌는지 동시의 순수함을 더욱 빛내 주네요. 그동안 비린내 난다고 구박했던 생선들에게 미안해지는 글도 있었구요. 우리네 소박한 밥상위에 늘 오르는 김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어요. 속좁은 밴댕이가 새롭게 보이기도 하구요. 각각 바다생물들의 특징을 어찌나 잘 잡아내어 꼬집어 놓았는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감동을 전해주는 동시도 있어요. 물고기는 비가 내린다고 하지않고 대신 동그라미가 내린다고 할 거다...라는 내용의 시였어요. 와~ 그 시를 보자마자 바로 반해버렸어요. 진짜 물고기가 사는 곳에서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나요. 연두빛 그림도 너무 이쁘고 생생해서 제가 물 속에 들어가서 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입 작은 물고기의 소원' 이라는 시는 처음에는 웃으면서 읽었는데, 한참 생각해 보니 꽤 깊이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더군요.  힘이 세고 몸집이 크다고 함부로 약한 상대를 우습게 보며 사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려구요. 물고기들의 가슴 아픈 변명들도 짠한 마음이 들게 합니다. 저마다 자기만의 목소리가 있듯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이해가 되었어요. 너무 작고 미미한 존재라고 쉽게 생각하곤 했는데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떠올려 볼  수 있는 동시입니다.

 

시인 함민복 님은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라고 하네요. 왠지 깊이있고 묵직한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닐까 짐작했는데, 그 짐작을 완전 무참하게 깨주는 동시였어요. 작가의 다른 글도 꼭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시는 작가의 내면을 그대로 비추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요. 작가의 순수함과 엉뚱함과 당당함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한 편씩 읽어보면서 웃고, 반성하고 , 슬퍼하고, 공감하면서 세상살이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 비린내라뇨! >

 

우리들한테

비린내 난다고 하지 마세요

 

코 막지 마세요

 

우리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미끄러운 피부, 거친 피부

다 특성에 따라

정성들여 화장한 거예요

 

이렇게 향기가 다양한 걸

무조건 다 비린내라뇨!

 

이건, 정말

언어폭력이에요

 

-물고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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