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믿지 않으려고 하죠.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 두려움의 근원이라면 더욱더 믿고 싶어 하지도 믿으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스티븐 킹의 이번 신작 <듀마 키>는 그런 보이지 않는 아니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의 근원에 대해 다룬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두려움은 때로는 무척이나 매혹적이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두려우면서도 매혹적인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묘한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듀마 키에는 슬픔도 공포도 유머도 그리고 재치 있는 말장난도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귀환은 역시나 반가움 그 자체입니다. "자기 자신을 너무도 잘 속여 그걸로 밥벌이까지 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들이라고 했던가?" 이 대사가 자주 나오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이처럼 시니컬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다니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암튼 이런 재미있는 대사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50대의 두 아저씨(와이어먼, 에드거) 정말 골 때립니다. 표현이 조금 저속하지만 에드거 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네요. 사실 에드거는 자기 자신과 와이어먼, 엘리자베스를 더 심하게 표현합니다. 셋 다 머리에 문제가 있거든요. 좀 더 노골적으로 이 소설에 대해 표현하자면 듀마 키에 거주하는 세 명의 병신들이 악녀 퍼시를 용감하게 물리치는 이야기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고, 정신도 이상하게 돼 버리고, 아내의 불륜과 이혼, 그리고 큰 딸의 따가운 시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내 에드거는 불의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요양 차 듀마 키 섬에 갑니다. 불길한 기운이 음습하게 젖어있는 섬에서의 생활은 그를 전혀 다른 인간으로 점차 변화시킵니다. 이상한 능력을 얻게 된 것이죠. 그림으로 사람을 죽이기도 때로는 병을 고치기도 합니다. 걷잡을 수 없는 또는 통제할 수 없는 (신의) 능력을 얻은 그는 두려우면서도 점차 이러한 자신의 능력에 매혹당합니다. 또한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총으로 자살을 하려다 실패하고 뇌에 이상이 생긴, 와이어먼과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듀마 키 섬의 주인인 노파 엘리자베스를 만납니다. 암튼 머리에 문제가 있는 인생의 변두리로 내몰린 인간들의 평온한 나날을 다룰 것 같은 소설은 기이한 사건을 시작으로 이들을 점차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갑니다. 숨 막히고 답답한 그리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정말 킹의 소설답게 훌륭합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열광하는 독자가 있는 반면 지루하다고 외면하는 독자들도 많죠. 스티븐 킹을 싫어하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 역시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셀>을 좋아하는 분들은 특히 더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반면 <셀>에 조금이라도 실망한 독자라면 이번 <듀마 키>는 무척 좋아할 것 같아요. 사실 공포소설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개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모두 다르고 또한 보편적인 두려움을 다룬다는 것도 쉽지가 않으니까요. 귀신이나 유령이 나온다?, 잔인한 연쇄살인마가 나온다?, 변종 괴물이 나온다?, 사이코가 나온다? 등등 인간이 무서움을 느낄만한 소재와 이야기는 주변에 널렸죠. 그런데 정말 근원적인 공포 자체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 <듀마 키>는 정말 반가운 작품입니다. 분위기 하나만으로 그 공포를 표현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2권의 본격적인 악녀 퍼시와의 대결을 그린 이야기보다는 1권의 그 잔잔한 (불운한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의 묘사가 더 좋더군요.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답답한 무엇. 하나 둘 주인공들은 알지 못하는 숨어 있는 복선들. 거대한 악운을 암시하는 듯한 자잘한 일상들. 그만 멈추라고 말하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개인들이 처한 상황들. 암튼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공포소설을 쓰는 작가는 요즘 활동 중인 작가 중에서 스티븐 킹을 제외하고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믿지 못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이야기. 그림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말이 안 되는 그런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게끔, 아니 빠져들게끔 독자들을 유혹하는 킹의 문장들은 정말 매혹적입니다. 그리고 유머, 개인적으로 이런 유머 무척 좋아합니다. 소설 중간 중간 '그림을 그리는 법'이라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데 표현이 무척 고급스럽습니다. 그런데 와이어먼과 에드거가 나누는 대화는 정말 상스럽습니다. 지들 꼴리는 대로 그냥 말을 툭툭 내 뱉거든요. 암튼 공포소설이라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제쳐두고라도 스티븐 킹의 문장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지 않을까 싶네요. <듀마 키>는 개인적으로 불운한 기운에 관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뭔가 안 좋은 일어날 듯한 그런 분위기를 그린 소설이요. 그리고 듀마 키 섬에 거주하는 와이어먼, 에드거, 엘리자베스라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간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에드거가 관계를 맺고 인간들과 듀마 키 섬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삶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제가 살아온 삶이 이상하게 생각나더군요.

"그대가 삶을 살고 삶이 그대를 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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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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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의 노란 부적을 들고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가 바로 불량스럽고 질투심 많은(고등학생에게도 질투를 느끼니 뭐 이건) 장선일 법사군요. 오른쪽으로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소설 <귀신전>의 작가 소영, 그리고 왼쪽으로 카페 사장 겸 귀신전용 상담사인 찬수군요. 선남선녀네요. 왜 갑자기 표지 얘기를 하냐고요? 국내 공포소설 <이프>, <분신사바>의 작가 이종호 씨의 작품과는 처음에 조금 안 어울린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통공포소설 작가의 신작 표지가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요. 또한 띠지의 공포테인먼트 소설, "공포랑 놀자!"라는 문구도 조금 의아했고요. 그런데 이 소설 가볍습니다. 그리고 무서우면서도 유쾌하고요(물론 전작 <이프>나 <분신사바>만큼의 오싹함은 없지만요. 이는 중간 중간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유머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된다고 할까요? <이프>나 <분신사바>는 심적으로 쉴 여유가 없었던 반면 <귀신전>은 중간 중간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더군요). <귀신전>은 제목처럼 귀신이 나오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귀신은 퇴마사들이 물리치고요. 그러니까 이 소설은 귀신과 퇴마사, 그리고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귀신 잡는 퇴마사 하면 떠오르는 소설이 있지 않나요? 바로 이우혁 씨의 <퇴마록>이죠. 이우혁 씨의 <퇴마록>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그렇다면 정통공포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는 왜 갑자기 귀신과 퇴마사 이야기를 썼을까요? 물론 저야 모릅니다. 우선 이 소설은 조금 유쾌합니다. 그렇다고 코믹한 공포소설은 아니고, 6명의 귀신 잡는 인간들이(퇴마사가 아닌 인간도 있습니다) 빚어내는 상황이 조금 웃깁니다(<귀신전>의 작가를 좋아하면서 그런 작가가 예뻐하는 고등학생 공표를 질투하는 마흔이 가까운 퇴마사 아저씨의 질투라든지, 동표에게 달라붙은 여자 귀신과의 애증과 질투, 좋은 검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고 사고만치는 새내기 퇴마사 등등). 암튼 그러니까 이종호 씨의 <이프>나 <분신사바>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조금 의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공포스러운 묘사도 당연히 있습니다. 악귀라고 해야 하나 원귀라고 해야 하나 독한 귀신들이 있거든요. 악귀들의 소굴 귀사리, 액막이 인형, 아내의 복수를 위해 사악한 귀신에 달라붙은 남편의 원혼 등 오싹한 장면도 있습니다. 액막이 인형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안타까우면서 씁쓸하고, 아내에게 복수를 하는 남편 귀신의 이야기는 조금 추악하면서 사악합니다. 암튼 다양한 인간사의 슬픔과 공포, 웃음, 사악함 등이 귀신 이야기와 만나서 색다른 재미를 던져줍니다.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1권 밖에 읽지를 않아서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요) 인간사를 다루는데 있어 좀 더 어둡고 슬프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의처증 남편과 바람피우는 아내 이야기는 조금 식상했고, 액막이 인형의 이야기는 인간적인 드라마보다는 액막이 인형 자체가 주는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서요. 개인적으로는 액막이 인형 같은 조금은 정통공포의 느낌을 좋아하지만요. 암튼 나름대로 이런 점에서는 기존의 퇴마사가 등장하는 이야기와 조금은 차별을 준 느낌입니다. 앞으로 2권, 3권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인간들의 슬프고 어둡고 절망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제1장의 '귀사리'는 다음 권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맺어지겠지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마을 귀사리. 6인의 귀신 잡는 인간들도 포기하고 돌아온 귀사리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1권에서는 살짝 맛배기만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숙희라는 아가씨의 정체도 궁금하더군요. 무척 미스터리한 여인네입니다.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암튼 정체가 몹시 궁금한 인물입니다. 사실 (조금 오버해서 표현하면) 이 소설은 (시리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캐릭터 소설이기도 해요. 주인공들이 무척 재미있고 정감이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귀신전>의 작가 아가씨 수정 양과 귀신 묘령을 무척 좋아합니다. 암튼 2권이 궁금해지네요. 이들에게 또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다가올지, 그리고 이들의 인간관계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도 몹시 궁금하네요. 암튼 몸에 힘 빼고 가볍게 읽으세요. 물론 그렇다고 너무 힘을 빼면 밤에 잠을 못 잘 수도 있습니다(액막이 인형은 제가 정말 무서워하는 인형인데 이 소설에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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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하필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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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 누구지? 이름 한번 고약하다. '하필이면'은 내가 자주 가는 바위 위에서 자살을 시도한 노숙자 아저씨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하필이면이라는 이름은 없으니 그냥 하필로 부르자. 그리고 그 당시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미스터를 붙여주자. 그래 이제부터 세상으로부터 지워진(사라진 것이 아닌) 노숙자 아저씨는 내 속에서 미스터 하필이 된다.

실어증에 걸린 나(지수)는 학교로 자주 찾아오는 빚쟁이 아줌마들을 피해 학교 뒷동산에 있는 바위에 자주 올라간다. 엄마와 아빠, 동생, 형들과는 모두 따로따로 지낸다. 나는 대선동 당숙네의 버려진 주택에 더부살이를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바위를 못 간 사이 웬 냄새 나는 아저씨가 바위 위에서 죽어 있다. 암튼 그 날 이후로 나는 미스터 하필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미스터 하필이 누구냐고요? 자살한 노숙자 아저씨. 아 맞다, 노숙자 아저씨는 죽었지.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 낸 또 다른 나. 나의 분신인가? 시큼한 냄새가 나면 이 하필 아저씨가 찾아온다. 나는 혹시 정신분열증 아니 이중인격자인가? 하필 아저씨를 통해 나(지수)는 어려운 고비를 잘 헤쳐 나갑니다.

<굿바이 미스터 하필>은 나의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시절까지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나와 자주 대화를 하는 노숙자 아저씨는 세상으로부터 지워진 존재입니다. 또한 관계 맺기에도 서툰 사람이죠(자살이라는 방법을 통해 세상에서 사라지거든요. 노숙자 아저씨가 죽어도 누구 하나 찾을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노숙자 아저씨가 이 세상에 있었는지조차 모른 채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하는 안내자로서 냄새 나는 게다가 자살한 노숙자 아저씨라 이거 뭔가 이상하네요. 성공하고 멋있는 그런 어른이 아닌 자살한 노숙자 아저씨가 지수와 동행하는 안내자라니. 성공한 어른 중에는 분명 멋진 어른도 있죠. 그러나 나(지수)를 과연 그런 어른이 상처를 보듬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또한 아이들에게는 그런 멋지게 성공한 어른들만 필요할까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 성장소설은 무척 올바른 성장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자살한 노숙자 아저씨의 등장은 (좋은 어른들이 동반자로 나오는) 성장소설을 주로 읽은 제게는 무척 충격적이었고, 그만큼 저의 닫힌 사고방식도 열리게 해준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편견과 선입견을 그렇게도 싫어하면서 이런 사소한 것에도 이미 편견과 선입견을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더군요. 자살한 노숙자 아저씨라고 해서 무조건 삶을 낭비하듯이 살았을 거라는 편견, 없애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실어증에 걸린 나(지수)가 주인공인 소설입니다. 가족은 빚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집니다. 셋째 형은 대학에서 대모를 하다가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어머니는 몸이 아픕니다. 그리고 당숙 어른들 사이에서는 돈 문제를 가지고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과외를 하고, 차별을 합니다. 세상은 그렇습니다. 어수선합니다. 빚쟁이로 몰려 힘들게 살아가는 나의 친척 희수네는 엄청난 부자입니다. 친척이 부자라 선생님도 잘해줍니다. 돈이 많고, 빽이 있으면 어른 세계에는 존중을 받고 사랑을 받습니다. 어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는 다르고, 어른들의 언어와 아이들의 언어는 다릅니다. 어른도 아닌 아이도 아닌 지수는 이런 이상한 세계에 적응을 못하고 실어증에 걸립니다. 그래도 지수는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백장미를 좋아했던 지수는 엄마를 찾아가는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이제 지수는 흑장미를 좋아합니다.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시절, 그리움과 따뜻함을 전해 주면서도 내용이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굿바이 미스터 하필>은 주로 나(지수)와 미스터 하필(자살한 노숙자 아저씨)의 대화로 이루어졌습니다. 마치 희곡을 연상시킵니다. 각 장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습니다. 초등학교 5, 6학년, 중학교 1학년 시절의 친구, 첫사랑, 여행, 가족, 친척 등의 이야기가 아기자기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려한 추억을 전해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줍니다. 개인적으로 몇 개의 에피소드는 무척 공감이 가더군요. 친구들과의 위험한 놀이, 학교 풍경 등은 시대는 다르더라도 흐르는 공기의 분위기는 묘하게 비슷하더군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학생들을 가리키는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읽으면 무척 좋겠더군요. 물론 선생님이나 학생이 아니더라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스터 하필은 과연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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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 1 - 죽음의 마을
오노 후유미 지음, 임희선 옮김 / 들녘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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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신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흡혈귀들이(소토바 마을 주민들은 이들을 '시귀'라고 부릅니다) 전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외부로부터 (조금은) 고립된 소토바 마을에 자신들의 이상적인 마을을 건설하고자 방문합니다. 초대 받지 못하면 방문할 수 없는 시귀들은 속임수를 써서 마을에 안정적으로 안착합니다. 이제부터 시귀들의 살아남기 위한 살육이 시작됩니다.

흡혈귀는 서양에서는 무척 친근한 존재요. 죽은 시체가 살아서 다시 움직인다는 내용은 좀비소설(이나 영화)에서 무척 많이 다루어지기도 하고요. 햇빛을 싫어하고, 피를 빨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말뚝을 받으면 죽는 등 동양(일본) 흡혈귀더군요. 그러나 이 소설은 흡혈귀와 인간의 단순한 대결을 다룬 이야기는 아닙니다. 외부인의 출입이 드문 자급자족 형태의 마을, 동네 주민들의 강한 결속력 등 인간 내면의 존재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조건이 우선 주어집니다. 그러니까 외부의 개입 없이 시귀와 인간이란 존재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피를 빨아 먹고 살아가는 시귀는 없어져야 할 존재인가? 피를 먹지 않으면 죽는 시귀들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을 죽이고 피를 빨아 마십니다. 인간도 먹고 살기 위해 짐승들을 죽여서 먹습니다. 그러나 식욕이라는 본능 이외에도 인간들은 인간들을 잔인하게 죽이죠(물론 명분 없는 전쟁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네들은 명분이 있다고 할지 몰라도요). 시귀들을 심판한 권한이 과연 인간들에게 있을까요? 소설 <시귀>의 '세이신'이라는 인간은 그런 의문에 회의감을 갖습니다. 인간이 시귀를 처단하는 것 역시 살인과 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세이신'이라는 도련님(승려)이 자주 언급하는 절망과 질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세이신이 쓰고 있는 소설 속에는 동생을 죽인 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동생을 죽임으로써 살인자라는 죄를 뒤집어쓰고 낙원에서 쫒겨 납니다. 형은 왜 동생을 죽였을까요? 동생을 질투해서?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설 속 살인자 형의 이야기는 소설 밖 세이신의 이야기이도 합니다. 형은(또는 세이신)은 절망을 해서 동생을 죽이고 자살 시도를 합니다. 신이 정한 질서에 편입되어 거짓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절망을 합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자기 자신. 주위 사람들의 기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거짓 위선으로 살아가야 하는 숙명. 암튼 시귀와 인간들의 대결도 흥미로웠지만 저는 이 세이신의 철학이 마음에 들더군요. 절망과 질서에 대한 세이신의 생각에는 저 역시 무척 공감합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 <시귀>는 공포소설이기는 하지만 슬프면서 절망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간들의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은 시귀가 인간들의 피를 빨아 먹는 행위에 비해 몇 배나 더 소름 돋고 끔찍합니다. 시귀를 두려워서 죽이고, 다음에는 즐거워서 죽이고, 다음에는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인간들을 죽여 버립니다. 죄의식은 없습니다. 공동체의 강한 결속력은 이들을 더욱더 잔인한 살인귀로 변모시킵니다. 시귀보다 더 무서운 인간이란 존재. 그리고 피를 빨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시귀, 시귀가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닌데, 인간들은 그들을 다른 존재로 규정짓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며, 없애야 할 존재로 인식하죠. 시귀들은 숨을 곳은 없습니다. 인간들은 자신들만의 규칙과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를 가만두지 않거든요. 물론 이유도 있고 명분도 있죠. 그러나 과연 그 명분은 누구를 위한 명분일까 생각이 드네요. 자신들(공동체)만을 위한 명분을 명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식의 인간 사냥도 역사적으로 많았잖아요. 이 소설에서 두려움의 대상은 시귀가 아닌 바로 인간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마지막 인간들의 시귀 사냥은 홀로코스트를 연상시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소토바 마을이 처한 상황들이 무척 공감이 가더군요. 그러나 무섭다기보다는 씁쓸함이 더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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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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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진수는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다시 한 번 음미하기 시작했다.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라는 독특한 작품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은 씨의 신작 <코미디는 끝났다>(그런데 소설은 2005년 초에 계약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미술관의 쥐>보다 먼저 계약되었다는 얘기인데).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에서의 스피노자는 철학자가 아니라 개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개를 죽인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입니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추리소설의 형식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개 주인의 범인 잡는 추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환상타운의 거주하는 다섯 명의 용의자들의 성적 담론을 둘러싼 거짓과 위선 등에 대해 까발리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 분들에게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하고 나름대로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추리소설로서의 장르적인 재미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고요. 그래서 <코미디도 끝났다>도 뭔가 사회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추리소설이 아닌 그런 추리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추리소설다운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물론 현대 사회(현대인)에 대한 문제점도 보여주고 있고요.

범인이 잡히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범인 잡는 추리소설은 아닌가?). 그리고 형사의 취조가 시작됩니다. 죄명은 살인. 범인의 닉네임은 면도칼 연쇄살인범(레이저 킬러). 최고의 개그맨 이진수를 면도칼로 잔인하게 살해를 합니다. 물론 이진수가 첫 번째 희생자는 아닙니다. 이진수가 살해되기까지의 과정(D-10 day)이 묘사됩니다. 시작은 익명(발신자를 추적할 수 없는)의 문자 "너는 열흘 후에 죽는다, 반드시. D"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런 문자를 그냥 흘려보내죠. 할일 없는 미친X이 보냈다고 보통은 생각은 하죠. 개그맨 이진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점점 자신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냉정하게 버린 여자 친구와 선배 개그맨, 그리고 유명 영화배우, 현재 연애하고 있는 마담 등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살인사건의 현장을 보는 듯한 환영에 시달리게 됩니다. 왜 그는 그런 환영을 보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자신이 죽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자신이 의심하는 인간들은 정말 D(아니면 레이저킬러)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미친 것일까요? 암튼 사건은 계속 의문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인기 개그맨 이진수뿐만 아니라 성공이라는 태양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죠. 가장 일반적인 것이 친한 친구를 잃는 거죠. 저 사람은 성공하니까 변했다는 소리 많이 하잖아요. 또한 평소에는 없던 초조감. 자신의 성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친한 지인까지도 믿지 못하는 의심(보통 성공한 연예인들이 이런 고통으로 인해 자살을 하기도 하죠. 물론 이러한 이유만으로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소설은 그런 성공한 개그맨 이진수의 심리를 다룬 추리소설입니다. D-day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변해가는 개그맨 이진수의 심리 변화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던 그가 지인들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환영을 보기 시작하며, 점점 초췌해지며, 나중에는 거의 침몰의 수준까지 이르게 됩니다. 성공을 거머쥐기는 무척 어렵지만, 그 성공을 놓치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라는 것. 장난스러운 문자메시지 하나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이진수라는 개그맨은 정말 노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성공 강박증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비극을 다룬 소설로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의 심리를 주로 다룬 추리소설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그리고 마지막 문장으로 소설을 다시 한 번 음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죠. 사실 아직도 범인이 조금 헷갈립니다(조금 이해가 안가서 작가노트를 살짝 읽었는데 저의 의문에 대한 답은 없네요. 오히려 의문점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서술트릭이라는 말. 이 소설에 서술트릭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서술트릭으로 독자와 장난치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암튼 잘 모르겠네요). 범인은 A일수도 있고, B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마지막 문장에 범인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그 범인이 실제 범인이라고 가정한다면 조금 설명 안 되어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물론 다르게 생각하면 또한 설명이 되기도 합니다. 신기하죠?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이진수의 핸드폰으로 온 D로부터의 메시지. 결정적 증거인데. 암튼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추리소설임에는 분명합니다. A가 범인이야? B가 범인이야? 그렇다면 그 범인은 언제부터 범행 계획을 세웠을까?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진수가 보는 환영은 무엇일까? 핸드폰으로 온 메시지는? 결정적인 궁금증은 생략. 암튼 <코미디는 끝났다> 쉽게 읽힙니다. 카운트다운 형식의 소설은 확실히 잘 읽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친근합니다. 인기 개그맨이 등장하니까요(연예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도 나오고요). 무엇보다 성공한 인기 개그맨의 심리 변화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모호성. 마지막으로 은근히 잔인하다는 것. 스토리의 구조는 조금 단조로울 수도 있으나 웃음을 주는 개그맨을 주인공으로 한 잔인한 추리소설이라는 참신함과 신선함 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추리소설의 소재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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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미 2011-10-23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오늘 이책 끝까지 봣는데
마지막에 범인이 제가 생각했던 사람이랑 너무 달랐고
왜 얘가 범인인지에 대한 설명도없어서 당황했어요;;
나중에 작가의말을 보니 그이유는 아무래도
작가가 전하고싶었던게 '범인이 누구다.'
이게 아니라 현대인을 말하고싶었기때문인것 같아요.
정말 잘읽었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