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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일들
신재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강간, 성폭행, 살인, 시체 유기, 강도, 연쇄살인 등 신문기사에서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범죄들, 정말 흔한 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항상 갈증을 느꼈습니다. 내 주변의, 쉽게 듣고 접할 수 있는 그런 조금은 현실적인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그런 추리소설을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본격 미스터리는 일본, 범죄 추리소설은 미국(특히나 미드)이 재미있죠. 한국 추리소설의 트릭은 뭔가 유치해 보이고, 범죄 이야기는 뭔가 사실성이나 현실감이 떨어지고, 암튼 그런 시점에 범죄 전문 기자가 쓴 한국형 추리소설은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그런 이야기들, 읽으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를 신재형의 장편 데뷔작 『흔한 일들』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낙 일본 추리소설에 끔찍한 연쇄살인을 다룬 작품들이 많고, 또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추리소설들도 많은지라 (충격 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의 느낌이 나는 그런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무엇보다 한국 형사들이 주인공인지라 (영화 속에서는 형사나 경찰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많죠) 외국의 추리소설에 비해 무척 친근감을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기본을 하는 추리소설을 만나기가 무척 힘든데 이 작품은 기본은 하는 것 같네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조금 부족하고, 범인의 의외성도 조금 아쉽고요(증거로 범인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완벽함(?)에 의문을 갖다 보면 자연스럽게 범인이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인 최재준 형사 캐릭터의 밋밋함도 다소 아쉽고요. 조금 고독하고 우울한 캐릭터인데, 그러한 면을 좀 더 강하게 부각시켜줄만한 에피소드는 별로 없네요. 암튼 그래도 가독성은 정말 좋습니다. 손에 잡은 지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네요. 『12인12색』에 실린 단편 「그들의 시선」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앞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작가네요. 앞으로도 생생한 범죄 현장을 다룬 한국적인 그런 추리소설을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