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텔 Q의 25시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글사랑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증명』, 『야성의 증명』, 『초고층 호텔 살인사건』의 모리무라 세이치 작품. 자본주의 사회와 그런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진 인간 욕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요. 그의 작품에는 성공과 야망, 일그러진 인간 군상, 씁쓸함과 허무감 등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사랑까지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비정한 사회, 그리고 인간들. 『호텔 Q의 25시』는 1960년대 초/중반 일본의 거대 호텔 다이토쿄에 잠입하여 스파이로 활약하는 한 성공에 눈이 먼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도토 호텔에 취업을 했지만, 경쟁 호텔 다이토쿄의 등장으로 도토 호텔에 사장은 다카무라라는 한 젊은 남자를 경쟁 호텔 다이토쿄에 스파이로 보냅니다. 호텔 다이토쿄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카무라는 사랑도 포기한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내달립니다. 야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살아남아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다카무라는 열심히 보장된 미래를 위해서 달립니다. 무조건 달립니다. 그리고 그가 근무하는 다이토쿄 호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행태. 불륜과 권력 남용, 인간 무시, 시기, 속임수 등이 판을 치는 자본주의의 꽃, 호텔. 물론 그곳에도 소소한 인간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주인공 다카무라는 그런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성공(돈)만을 위해서 달립니다.
그 뒤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씁쓸함과 허무감, 과연 돈을 쫓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돈만 있고 사랑은 없는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조금 실망스럽겠지만(추리적인 요소는 거의 없으니까요), 자본주의에 물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생각하고 읽으면 무척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가독성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마지막의 여운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네요. 1960년대의 일본사회와 2011년의 한국사회, 변한 것이 없네요. 돈,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세상, 돈을 쫓기 위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우리들은 살아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