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들 밀리언셀러 클럽 73
아이라 레빈 지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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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즈메리의 아기』의 후속편인 『로즈메리의 아들(Son of Rosemary)』.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로즈메리의 아기』에서 사탄을 낳은 엄마 로즈메리가 30여 년을 혼수상태로 지내다 눈을 뜨게 됩니다. 너무나 많이 변한 세상. 자신의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갓난아기는 올곧게 자라서 세상을 구원할 지도자로 숭상 받고 있습니다. 오컬트 호러의 효시와도 같은 작품인 『로즈메리의 아기』의 그 이후 이야기,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는 했었는데, 이렇게 후속 작이 있었네요. 그러나 사실 기대했던 만큼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로즈메리의 아기』에서 끝냈으면 명작으로 남았을 텐데, 후속편 때문에 조금 빛을 발한 느낌이 드네요.


  『로즈메리의 아기』는 사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국내 개봉명 《악마의 씨》)를 통해서 먼저 접했습니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사이비 종교집단들이 벌이는 사탄 숭배 광기는 그 당시에는 꽤 충격적이었죠. 우리나라에도 사이비 종교 관련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었고요. 요즘에는 광신도에 대한 이슈가 많지 않은데, 90년대 초만 해도 이런 사건사고들과 관련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암튼 원작의 충격은 아직도 잊지를 못합니다. 사탄 자체보다 그런 사이비를 믿는 사람들의 존재가 주는 무서움이 더 컸었던 것 같아요.


  암튼 다시 『로즈메리의 아들』로 돌아와서, 이 작품은 분위기가 아주 어둡지는 않습니다. 27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로즈메리는 조라는 남자와 연애도 하고, 아들의 여자 친구의 상담 상대도 되어주며, 남들에게 베풀고, 찬양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2000년 밀레니엄 축제를 앞두고 말이죠. 뭔가 으스스하고 오싹한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가 않더군요. 그냥 평온한 느낌입니다. 물론 로즈메리의 아들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싹은 있지만요. 밀레니엄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연속적으로 두 번의 반전과 충격을 줍니다. 첫 번째 반전과 충격은 나름 납득이 되었지만, 두 번째의 반전과 충격은 사실 조금 의아스럽네요. 이건 뭐지? 결말의 반전 전까지의 이야기는 살짝 지루합니다. 뭔가 터질 듯한 분위기조차 조성이 안 되어서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전작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살짝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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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색 캔버스 - 16세 여름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2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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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2권. 작가가 의도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독보적인 시리즈입니다. <녹색 핸드백 - 15세 가을>에서의 사야카가 1살을 더 먹어서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브라스밴드부의 합숙훈련에서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사야카에게 다가오는 의문스러운 사건들. 사야카의 일당들인 교코와 아키오, 안자이 선생님, 가와무라 형사도 등장합니다. 사야카의 시니컬한 유머는 여전합니다. 사야카가 겪은 사건, 브라스밴드부가 머무르는 합숙소의 2층에서 벌어진 자살사건, 그리고 전과자인 한 사내의 집에서 벌어진 살해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미스터리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싱겁습니다(물론 이 작품이 발표된 연도를 생각하면 나름 괜찮기는 하지만요). 미스터리보다는 유머와 성장소설의 측면에서 이 작품을 읽는다면 꽤 재미있고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지 않을까 싶네요. 풋풋함이나 설렘도 느껴지고……. 16세 청춘들의 상쾌함, 그리고 무엇보다 밝은 웃음. 암튼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네요. 전편 <녹색 핸드백 - 15세 가을>보다 미스터리는 조금 약하고, 유머는 조금 강해진 느낌이 드네요. 이제 <갈색 재킷 - 17세 겨울>을 읽어봐야겠네요. 참고로 이 작품은 일본에서 스무 권 가까이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사야카가 소녀가 아닌 아줌마라는 얘기죠. 암튼 아줌마 사야카의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에 다 소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출판사 씨엘북스에서는 되도록이면 다 출간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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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한상운 지음 / 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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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좀비가? 흥미진진한 예상과는 달리 기존의 좀비소설(종말문학)과의 차이를 못 느끼겠다. 독창성 부족. 뻔한 전개. 아쉬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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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존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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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국민 스포츠인 ‘장기’를 소재로 한 판타지 호러 작품. 프로 장기 기사를 꿈꾸던 쓰카다는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다크 존’이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청군이라는 적과 싸움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물론 다크 존은 실존하는 군함도를 모델로 하고 있지만, 실제 세계와는 다릅니다. 태양은 없고, 오로지 달만 3시간 뜨고 지는 이상한 세계. 그곳에서 쓰카다와 17명의 병사는 장기의 말로서 적군과 싸우게 됩니다. 인간이 아닌 괴물로서 말이죠(히드라, 메두사, 키클롭스, 골렘, 탈로스, 샐러맨더 등).


  우리나라에서 하는 장기와는 내용과 규칙이 다릅니다. 뺏은 말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고, 승격도 가능합니다(작품 속에서는 능력이 더 강해짐). 7번의 대국 중에서 4번을 먼저 이기는 팀이 승리. 지는 팀은 존재 소멸. 가상 세계(?)이기는 하지만 죽을 때는 고통을 살짝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대국에 이어지는 단장(짧은 이야기)을 통해서 주인공 쓰카다의 실제 삶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과연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도 같은 싸움의 목적은 무엇일까?(꿈인 것일까? 그렇다면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 가상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의 쓰카다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다크 존과 실제 현실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독특하게도 장기라는 스포츠를 판타지/호러에 접목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 장기를 몰라도 소설을 읽는데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야기가 조금 어색하거나 거부감이 들 독자들도 분명 있겠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확실합니다. 프로 장기 기사를 꿈꾸는 쓰카다. 일본 장기 시스템은 프로가 되기에는 매우 힘든 구조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기만을 바라보며 프로를 꿈꾸던 많은 사람들, 그러나 만약 프로가 되지 못한다면(낙오 된다면) 그 상실감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비단 쓰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의 전쟁터에서 살아 남기위해 고군분투를 하죠. 쓰카다와 그 주변 인물들.


  다크 존에서는 서로 죽이기 위해 잔인한 짓도 서슴지 않지만, 현실의 그들을 보노라면 슬퍼집니다. 꿈의 상실. 현실에서의 실패. 도피. 지옥과도 같은 다크 존이라도 현실을 잊을 수만 있다며 기꺼이 장기의 말(도구)이 되어 끊임없는 싸움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 아이러니함. 우울. 이 작품은 굉장히 우울한 작품입니다. 쓰카다는 대국이 끝났음에도 다시 다크 존으로 가서 끝이 없는 싸움을 계속 하고 싶어 합니다. 현실에서는 더 이상의 행복이 없으니까요. 기시 유스케는 항상 작품 속에서 희망을 말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희망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네요. 취향 탓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판타지 호러를 좋아하는지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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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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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껍데기를 살짝 걷어내면, 순수소설로서 꽤나 묵직한 작품입니다. 경찰조직의 생태. 경찰과 기자(언론)와의 관계. 그리고 소녀 유괴살해사건. 이러한 관계와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한눈팔지 않고 묵묵하게 말이죠. 그러나 요즘 저의 관심사는 공포, 본격, SF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조직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발표했죠. 경찰이 아닌 신문사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라이머즈 하이>라는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신문사 풍경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잡아냈죠. 물론 <그늘의 계절>이나 <제3의 시효>, <루팡의 소식> 등의 작품도 재미있죠.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은 최소한 실망은 하지 않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 모두 기본 이상은 하거든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10년에 걸친 대작 <64>.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서점대상 2위, 주간분슌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위 수상도 화려합니다. 엄청 기대하고 읽은 작품입니다. 요즘 사회파 미스터리에 별 재미를 못 느끼면서도 말이죠. 기대 이상이면서도 기대 이하인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밀도는 정말 대단합니다(드라마의 완결성).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 섬세하게 경찰조직과 언론, 그리고 유괴사건을 다룹니다. 너무 밀도가 높다보니 살짝 숨 막히는 것도 있어요(지루함). 사실 이런 이야기를 기대했으면서도 약간의 지루함은 어쩔 수가 없네요.


  이야기의 시작도 유괴사건, 이야기의 끝도 유괴사건. 그리고 그 사이의 경찰조직 내의 경무부와 형사부의 대립. 경찰 홍보부와 기자의 익명발표를 두고 벌어지는 알력다툼.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개인의 치열함과 비열함, 때로는 나약함. 살아남기 위한 인간군상의 파노라마가 펼쳐집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방대한 분량으로 인한 약간의 지루함은 있지만요. 추리소설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단순 소설적인 재미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저는 사회파 미스터리 좋아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관심이 조금 떨어져서 그래서 이 좋은 작품을 조금 재미없게 읽지 않았나 싶네요. 후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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