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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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적인 소재를 공포 스릴러에 접목시킨 다카노 가즈아키의 초기작품입니다. 물론 항상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중절수술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단, 10년 전 작품이라서 중절수술이라는 이슈가 조금 식상한 느낌은 있지만요. 2000년대(90년대 후반?)에 (일본은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낙태에 대한 이런저런 이슈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낙태 찬반 토론 비슷한 것도 많았던 것 같고요. 암튼 소재 자체는 (시기상으로는) 흥미도가 조금 떨어지기는 했습니다.


  감동 미스터리의 『유령인명구조대』, 스릴러의 『그레이브 디거』, 사회파 미스터리의 『13계단』, 그리고 작가의 모든 역량이 종합된 대작 『제노사이드』까지 기본 바탕은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고발(?)이지만 장르적으로는 꽤나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요즘에는 유행이 많이 지났지만) 해리성 기억장애나 이중인격, 중절수술이라는 소재를 공포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논리(추리)가 아닌 감성(공포)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파고듭니다. 일본의 걸작 공포소설 『링』이나 기시 유스케의 『13번째 인격』도 살짝 떠오르는 등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공포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합니다.


  행복한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 슈헤이는 발표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마자 무리하게 신축 맨션을 구입합니다. 물론 빚을 지고서 말이죠. 행복에 겨운 나머지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내 가나미와 관계를 갖습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가나미가 임신을 하게 됩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아이를 포기하고 중절수술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때부터 가나미에게서 새로운 여성의 인격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 다른 여성의 인격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자신의 실수로 환자를 잃은 정신과 의사 이소가이와 남편 슈헤이는 이 끔찍한 현상의 미스터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공포/서스펜스/미스터리로 풀어낸 작품인데, 걸작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13계단』이나 『제노사이드』라는 유명한 걸작을 이미 읽은 상태여서인지 다소 아쉬운 점들이 있더군요. 무엇보다 국내에 너무 늦게 소개된 것이 치명적이지 않나 싶습니다(이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나 영화들이 조금 많아서요). 그러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소재를 공포라는 장르로 풀어낸 점이 다카노 가즈아키의 팬인 제게는 무척 신선했고요(개인적으로 공포장르를 무척 좋아합니다). 으스스한 장면들도 많으니 공포소설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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