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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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를 소재로 한 종말문학. 과연 이 장르에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항상 의구심이 들기는 합니다. 바이러스나 전염병에 의한 사람들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죽지 않는 좀비로 변하는 시체들. 살아남은 자들의 처절한 생존기.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좀비 3부작》에서 좀비를 소재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은 대체적으로 다 나왔죠(개인적으로 『시체들의 새벽』에서의 백화점 신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백화점에서 내가 갖고 싶은 물건들을 다 갖고 싶다는 욕망이 지구가 멸망해가는 절망감보다 더 컸거든요. 실제로 좀비들도 백화점 주변을 계속 어슬렁거리고요. 자본주의의 노예에 대한 은유라는 해석도 있었죠). 국내 작가들도 좀비소설을 조금씩 선보이기는 하는데, 사실 기존 좀비소설과의 큰 차이점은 잘 모르겠더군요. 워낙 제한된 소재이다 보니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더군요.


  마넬 로우레이로 『종말일기Z』도 기존의 좀비문학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전염병. 당연하게도 러시아에서는 언론 통제로 병의 실체를 숨깁니다. 그러는 사이 점점 전염병은 확산되고, 인류는 걷잡을 수 혼란에 빠집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인터넷이 되던 초기에는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인터넷이 끊어진 시점에서는 메모장에 자신의 생존기록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변호사 출신의 주인공은 서바이벌이나 생존법에 대한 지식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좀비들과 싸웁니다. 루쿨루스라는 고양이와 함께 말이죠. 이 작품에서 나름 양념 같은 역할을 하는 귀여운 고양이입니다. 아마 고양이가 없었다면 주인공처럼 독자들도 무척 지루해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나름 긴장감을 주는 역할도 하고 있고요.


  좀비소설에 꼭 등장하는 장면.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탐욕과 무지, 이기심 등.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이 비고라는 곳에서 낯선 배를 만나면서 겪게 됩니다. 그 배의 선장과 무리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인간들. 좀비들은 그냥 본능대로 움직이지만, 인간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선함과 악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요. 그런 인간의 사악함이 이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악당들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처절한 생존의 느낌이 조금 덜하고, 살짝 영화적인 부분(주인공이 극적으로 살아남는 장면) 때문에 몰입도는 살짝 떨어지지만, 그래도 머릿속으로는 그런 장면들이 쉽게 그려져서 이해하기에는 좀 더 쉬웠던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의 엔딩은 2부를 예고하는 것이겠죠? 다음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네요.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갔을지… 그리고 종말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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