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지옥 이타카
유메노 큐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문득 <지옥소녀>라는 애니메이션이 생각나네요. 지옥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일탈과 반란을 그로테스크 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에 등장했던 괴물과도 같은 여자들도 생각나더군요. 여자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는 김기영 감독의 작품들도 생각나고요. 3대 기서의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유메노 큐사쿠의 이색적인 작품입니다. 물론 『도구라 마구라』에도 매력적인 소녀가 등장을 하지요. 연작소설 <소녀지옥>과 단편 <동정>, <여갱주>,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이 실려 있습니다. 의사를 꿈꾸는 여 간호사, 남자처럼 키가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 여학생, 버스기사를 꿈꾸는 버스 여차장 등이 <소녀지옥>의 주인공들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죽이고, 심지어 자살로 비리를 폭로하기까지 그녀들이 취하는 행동들은 얼핏 기괴하게 보입니다. 괴물이죠.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사실 소녀들을 괴물로 만든 것은 남성 위주의 그 세계 자체죠. 현모양처, 순종을 바라는 소녀들이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사실 1930년대는 그런 시대였죠. 암튼 굉장히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적나라하고 노골적이 아닌 기괴하고 미스터리하게 돌려서 말하는 작가의 솜씨도 일품이고요. 미스터리적인 재미는 다소 덜하지만, 뭔가 숨은 맥락을 찾는 재미는 꽤 쏠쏠합니다. 이상한 아름다움이 살짝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 아름다움의 정체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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