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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 - 상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2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 호러영화 《주온》이나 《링》을 보면, 마치 관객을 보는 듯 한 어떤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무섭고, 소름이 끼치죠. 미쓰다 신조의 『작자미상』에서는 그런 시선을 계속 받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미쓰다 신조의 친구 신이치로도 계속 그런 시선을 느끼고요.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탐정소설(미스터리소설)입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이 있어야 합니다. 호러소설은 사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일 필요는 없습니다(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지만요). 그냥 작품의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추리를 요구합니다. 이성과 감성의 충돌, 뭐라 말할 수 없는 경험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구성이 꽤나 복잡합니다. 메타픽션이라는 표현들을 많이 하죠. 이야기 속의 이야기. 미스터리와 호러의 융합. 소설 속 이야기는 무척 허구적입니다. 『미궁초자』의 1화 「안개저택」을 보면, 어린 소녀의 분신(?)이 보이다가 사라지고, 실제 소녀가 죽습니다. 범인은 오리무중. 「자식귀 유래」에서도 ‘설마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요. 그런데 이런 허구적인 이야기(괴이)에는 반드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해결이 따릅니다. 결코, 세상에는 인간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나 현실(그래봤자 독자의 관점에서는 이야기이지만)에서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안개가 끼고, 무수한 눈들이 쳐다보며, 사람의 몸을 지배하는 등등.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소설은 무척 무섭습니다. 호러영화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호러영화의 온갖 하위 장르를 아우릅니다. 「슈자쿠의 괴물」에서는 온갖 난도질, 피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미궁초자》의 다른 이야기들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안개저택」은 고딕 호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요. 그런가 하면 미스터리적인 성격도 무척 강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대표적인 작품이고요. 관 시리즈나 애도가와 란포의 작품들도 생각나고요. 암튼 온갖 호러와 미스터리 작품들에 영향을 받은 듯한, 그러나 미쓰다 신조 식으로 재구성한 그런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미궁초자』에 실린 이야기 한 편 한 편은 그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습니다. 제1화 「안개저택」이 조금 약하다면, 갈수록 더 강도 높은 미스터리와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개저택」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데, 갈수록 더욱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은 메타픽션이죠.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미궁초자』 뿐만 아니라 작가 미쓰다 신조와 친구 신이치로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도 또한 흥미진진합니다. 마지막 「목 저택」의 이야기와 해결편의 클라이막스는 앞의 이야기들과 해결편을 뒤집으며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우롱(?)합니다. 무서움에 눈을 감으면 절대 안 됩니다. 무섭더라도 텍스트 하나하나 꼼꼼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독자로서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오랜만에 정말 끝내주는 작품을 읽었다는 만족감, 포만감. 작품 속 두 주인공처럼 저도 날짜별로 이 작품들을 읽으려고 했으나, 멈출 수가 없더군요.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호러적인 색채가 더 짙어서인지 이 작품이 더 재미있더군요(작가 3부작의 마지막 『사관장/백사당』은 호러더군요. 더 기대가 됩니다). 연작단편 형식인데, 작품 하나하나로도 완벽한 재미를 줍니다. 클로즈드 서클, 공중밀실, XX트릭 등 본격 미스터리 팬들이 환영할만한 트릭들도 많습니다. 호러적인 분위기는 덤이고요. 탐정과 조수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과정도 흥미롭고요. 뭔가 난잡한 듯 보이지만, 굉장히 체계적이고 효과적입니다. 버릴만한 텍스트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무섭더라도 독자 분들은 꼭 꼼꼼하게 이 작품을 읽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