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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평점 :
일본에서 2011년에 출간된 것으로 나오는데, 재출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네요. 작품 하나가 시대적 배경이 90년대 후반이어서요.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입니다. 오랜만에 현대물이고요. 미스터리로 소개가 되어 있으나, 사실 「성흔」 정도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괴이 판타지 장르가 더 잘 어울리네요. 결말이 모호하고, 이상한 현상(괴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서요. 사회파도 본격도 아닌 그냥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 정도 되겠네요.
표제작 「눈의 아이」는 어린 시절 추억을 유령 이야기와 결합시킨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만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죽은 친구를 추억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던 곳에 죽은 아이의 발자국이 눈 위에 찍히거든요. 과연 그 소녀는 왜 살해되었을까요? 범인 찾기는 아닙니다. 범인보다는 범행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픔, 아픔, 사악함 등을 다루고 있거든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장난감>」 장난감 가게의 할머니가 죽습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동네 주민들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죽였다고 합니다. 아니 소문을 퍼뜨립니다. 왜 죽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재혼입니다. 할머니는 돈이 많았습니다. 자식들은 그 유산을 노리고 있었고요. 결국 돈이 문제죠). 왜냐? 장난감 가게가 있는 상가가 장사가 안 되거든요. 주변 상가들은 자기 가게를 팔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상한 공동체. 결국 씁쓸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지요코」는 약간 판타지입니다. 토끼 탈을 쓰고 손님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한 여자. 토끼 탈을 쓰자 사람들이 인형이나 로봇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토끼 탈은 그 사람이 어린 시절 가장 아꼈던 어떤 물건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인형이나 로봇으로 보이는데, 한 모자가 그냥 사람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왜일까? 그들 모자에게는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 물건들이 없었던 거죠.
「돌베개」 역시 유령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바로 1998년입니다(참고로 1999년 『이유』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직후 한가해서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역시나 다양한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것이네요). 역시나 소문(원조 교제)에 관한 것입니다. 한 여학생이 죽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아이의 유령이 나타나서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요? 출판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딸의 부탁으로 무슨 일을 합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어떤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얻게 되는데…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보는 것은 자기 마음의 내면뿐이다.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아름다운 거도, 추한 것도.”
마지막으로 「성흔」은 가장 최근작입니다. 분량이 가장 많고, 앞의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하고, 인간의 악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미미 여사의 감동물도 물론 좋지만, 그래도 저는 인간의 사악함이 보이는 그런 작품들이 더 좋네요. 어머니와 내연 남을 칼로 잔인하게 살해한 아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친아버지가 이 사건을 알게 되고, 여 탐정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인터넷에 어머니를 살해한 자신의 아들을 추앙하는 그런 종교 비슷한 카페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아동 학대나 성폭행 등을 경험한 자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그들의 죄를 심판해야 한다는 그런 여론도 형성이 되고요. 과연 탐정은 이런 복잡하고 난해한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스포일러가 있는 작품이라 여기까지. 암튼 「성흔」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