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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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 리쿠는 소녀 감성의 취향을 가진 작가입니다. 미스터리와 영화, 음악, 술, 여행 등 돈 안 되는 취미들을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그녀의 작품은 그래서 비일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환상적이지만 아련하고, 쓸쓸하고, 때로는 무섭기도 합니다.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갓 입학한 20대 청춘들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초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과 음악과 영화를 통해서요. 참고로 영화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프랑코 제페렐리 감독의 1972년 작입니다. 《성프란체스코》로 알려진 작품.


  학창시절 내내 자기만을 글을 쓴 아야네, 재즈 밴드 동아리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마모루, 그리고 시네마 연구회에서 영화만을 감상한 하지메. 이들 세 명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입니다. 우연하게도 같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만남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들의 현재의 이야기가 과거의 어느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바로 고등학교 1학년 사회 수업 시간에 한 시골을 조사한 것. 그들이 도착한 시골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상한 풍경. 그리고 삼거리와 하늘에서 떨어진 뱀.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은 풍경.


  「그애와 나」, 「파란 꽃」, 「젊은이의 양지」라는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입니다. 「그애와 나」에서는 아야네의 이야기가, 「파란 꽃」에서는 마모루의 이야기가, 「젊은이의 양지」에서는 영화감독이 된 하지메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이들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헤어지기도 합니다. 10대 시절도 빠르게 지나가지만, 20대 초반은 더 빨리 지나가죠. 지나고 난 후에 생각해 봐도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때가 참 좋았지."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사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20대 초반 청춘들의 감성을 미스터리하게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의 재능이죠.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서 만난 거군요.”(p.173)


  20대 청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추억은 많았지만,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함도 컸으니까요.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가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취업이라는 현실은 점점 더 다가오고. 10대 시절과는 확실히 다른 그 무엇. 이번 작품은 그런 20대 초반의 감성을 건드리고 있습니다. 평온하게 담담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도 별로 없고요.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세 명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순간, 그 잔잔했던 이야기들이 가슴에 깊이 와 닿습니다. 씁쓸함과 그리움을 남긴 채 말이죠. 헤어지기 위해서 우리들은 만나고, 만남 뒤에는 언제나 헤어짐이 있으니까요. 그러한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항상 호불호가 엇갈리는 작가인데, 개인적으로는 저는 이번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스터리가 약하고 이야기가 잔잔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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