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음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싫다. 정말 싫다. 귀찮다. 아이들이 싫다. 자신을 보는 시선(눈)이 무섭다. 연기가 너무 좋다. 특히 사체를 태울 때 나오는 연기는 순수 그 결정체다. 가짜 사이비 교주인 아버지가 너무 싫다. 더럽다. 창녀가 더럽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백귀야행 시리즈가 정확한 명칭이지만)의 사이드 스토리 『백귀야행 음』은 이렇게 싫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사람을 짜증나고 불쾌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엄청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아마, 『싫은 소설』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철서의 우리』와 국내에는 출간되지 않은 교고쿠도 시리즈의 조연들의 기이한 이야기(경험담)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등장인물도 있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고쿠도 시리즈와 『백귀야행 음』 사이에는 스토리상으로 스포일러 이런 것은 없습니다. 단, 교고쿠도 시리즈를 모두 읽고 이 작품을 읽는다면 좀 더 백귀야행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편하지 않을까 싶네요.


  교고쿠 나츠히코를 미스터리작가라고만 부르기에는 조금 제한적이죠. 미스터리와 공포를 아우르는 괴기 전문 작가죠. 그런데 교고쿠도 시리즈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사건을 과학적/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반면, 『백귀야행 음』은 그런 과학적/논리적 해석이 없습니다. 왜냐? 이 작품에는 명탐정 교고쿠도가 없거든요. 따라서 다 읽고 나도 “뭐야?” 싶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말도 모호합니다. 미스터리보다는 공포에 중점을 둔 작품이라 조금 찜찜할 수는 있습니다. 속 시원한 결말이 없거든요. 불쾌하고, 음습하고, 기괴하고… 암튼 그런 감정만 남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게 하고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어딘가 이상합니다. 범인의 시점에서는 마치 정신병자 같습니다. 몸을 파는 창녀는 비정상일까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또한 미친 사람과 미치지 않은 사람의 구분은 어떻게 할까요? 이번 작품은 다분히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가볍지는 않습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줍니다. 인간에 대해서요. 교고쿠도 시리즈보다 더 묵직합니다. 그리고 무섭습니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없습니다. 교고쿠도 시리즈의 그 명쾌한 해답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러나 재미있습니다. 물론 찜찜하지만요.

 

  열 개의 에피them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역시나 열 번째인 ‘가와아카고’입니다. 울증 소설가 세키쿠치가 주인공인데, 조연이라고 하기에는 시리즈에서 비중이 워낙 크죠. 교고쿠도나 에노키즈 팬만큼 세키쿠치 팬들도 많죠(아, 교고쿠도의 여동생도 등장합니다). 사실 조연들이 모두 비중이 높은 캐릭터인데, 세키쿠치가 워낙 존재감이 커서인지, 이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교고쿠도와 에노키즈가 생각나더군요. 이 둘이 세키쿠치를 참 괴롭히는데 말이죠. 에노키즈가 원숭이라고 매번 놀리죠. 에노키즈도 참 생각나네요. 『무당거미의 이치』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시점에서(손안의책에서 『백귀야행 음』을 출간하고 바로 『무당거미의 이치』 들어간다고 했으니 언젠가는 나오겠지만요), 참 보고 싶네요. 그렇다면 세키쿠치는 뭐가 문제일까요? 아이에 얽힌 괴담입니다. 잊는다는 것. 세키쿠치 보니까 엄청 나쁜 남편이더군요. 돈도 잘 못 벌면서 교고쿠도와 에노키즈 같이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요. 세키쿠치는 아내와 싸움입니다. 그런데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아내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키쿠치가 아내에게 비꼬는 거냐고, 내가 아둔하다고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라고 합니다. 아내는 그냥 쓸쓸해서 개를 키우고 싶었을 뿐인데… 왜 세키쿠치는 저 말을 저렇게 싫어했을까요?(이유는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교고쿠 나츠히코가 직접 재해석해서 그린 백귀도가 실려 있습니다. 그림도 참 잘 그리네요. 『백귀야행 음』을 읽으니 『우부메의 여름』부터 『철서의 우리』까지 다시 시리즈가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백귀야행 음』에는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작품들의 에피소드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시리즈들을 다 읽은 후에 읽으면 더 재미있을 텐데, 그 점은 조금 아쉽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