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김봉석의 하드보일드 소설 탐험 1
김봉석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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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제노사이드』, 『이유』, 『가다라의 돼지』,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등 이런 것들도 하드보일드에 들어가는 작품인가? 하고 의아해하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 하드보일드는 특정 장르가 아닌 스타일의 한 표현 방법으로 본격이나 사회파 미스터리 모두 해당될 수가 있습니다(뭐 사실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하드보일드는 장르(genre)라기보다는 스타일(style)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진다. 문학이나 영화 등 예술 텍스트에서 비정하고 건조한 세계의 일면을 미니멀한 스타일로 담아내는 제반 수법들을 지칭한다."               

(출처 :영화사전, 2004.9.30)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복수는 나의 》이라는 작품을 보면, 대낮에 벌판에서 살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문적으로 살인을 하는 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인데, 정말 섬뜩합니다. 이 작품을 하드보일드라 부를 수 있겠죠. 박찬욱 감독의 동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역시 하드보일드 한 작품이고요(사담으로 오승욱 감독의 《킬리만자로》도 정말 죽여주는 하드보일드 한 작품입니다. 안성기, 박신양 주연). 하드보일드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채들러 등이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서양추리작가들의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은 이상하게 와 닿지가 않고, 재미도 없더군요. 문화나 환경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밑바닥 인생이라는 말들을 많이 하죠. 과연 밑바닥을 전전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지금 카페에 이렇게 글을 쓰고 읽는 저희들은 절대 알 수가 없죠. 자신의 삶이 바닥이라고 하는 분들도 정말 바닥의 끝은 가보지를 않았으니까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죠, 대부분은. 그런데 정말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좌절과 시련, 절망, 고통. 자포자기. 그런데 바닥이 아니었습니다. 또 떨어지는 것입니다. 더 절망스러운 삶이 기다리고 있죠. 보통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극단적으로는 자살, 아니면 범죄. 그리고 일부는 조금씩 위를 향해 나아가기는 하죠. 좌절과 절망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그래도 이겨내는 사람들이 극소수는 있습니다.


  김봉석 평론가가 일본과 영미 추리소설들을 빌려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소설의 부제와도 같은 바로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입니다. 그냥 죽을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남을 것인가? 저자는 살아남으라고 얘기를 합니다. 비록 악으로 향하는 길이라도 어찌되었든 살아남아라!(도망치더라도) 결코 죽지(포기하지) 말아라. 저자가 언급한 작품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합니다. 대체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많죠. 아니면 평범하게 살아가다 우연한 사건으로 범죄의 길로 빠져드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에게 욕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죠. 불평등한 시스템, 차별 등등.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서는 죽을 것 같은 벼랑에 몰린 사람들. 물론 동정은 금물입니다. 사람을 죽인 범죄자임에도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아이러니가 하드보일드 한 작품에는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은 대체로 재미있는 작품들입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품들이고요. 추리소설? 그거 사람 죽이는 거잖아? 그게 재미있어? 사람 죽이는 소설이 재밌다니 이상한 애 아니야? 암튼 추리소설에 대한 편견 확실히 있죠. 그러나 저자의 글을 읽으면 편견이 확실히 사라집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지침을 줄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 바로 추리소설 아닐까(살짝 오버하자면) 싶네요. 물론 작품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야 하겠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독해가) 쉽습니다. 김봉석 씨의 글은 예전 영화기자 시절에도 좋아했는데, 역시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네요. 추리소설 팬들이라면 한 번 쯤은 자신이 읽은 작품을 정리하는 의미에서라도 일독하면 좋을 듯싶네요. 단, 스포일러는 없겠지만, 그래도 작품을 안 읽은 사람들에게는 스포일러일 수도 있으니 추리소설에 바로 입문한 분들은 후에 읽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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