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파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 이제 미미 여사의 수식어도 바뀔 때가 되었을까요? 근래에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은 대체로 실망이네요. 그녀의 대표작 <모방범>, <화차>, <외딴집> 정도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도 사실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항상 기본은 하는 작가라서 후회하거나 그런 적은 없는데, 갈수록 실망스러움은 감출 수가 없네요. 미야베 미유키에 대한 애정이 최근에는 많이 식어서 신간을 바로 구입하지는 않습니다. 암튼 밀린 숙제를 한다는 느낌으로 <영웅의 서>,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그리고 <고구레 사진관>을 차례대로 읽었는데, 모두 실망스럽네요.


  <고구레 사진관>은 사실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2010년에 출간되었던 나름 신작이었거든요. 그리고 대략적인 줄거리를 읽어보니 사회파 미스터리의 느낌도 났고요. 그런데 이거 뭔가 많이 다르더군요. 미야베 미유키는 착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항상 그녀의 작품에서는 착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죠(특히 소년과 노인). 이 작품 역시 유령인 노인과 어린 소년(+소녀)이 등장합니다. 소년이 사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띈 작품입니다. 그러나 미스터리는 약하고, 뭔가 인간/감동 이런 쪽에 비중을 두었더군요. “더 이상 살인은 쓰고 싶지 않다!”라고 미야베 미유키가 말했다고 하는데, 살인사건이 없는 미야베 미유키는 뭔가 그냥 평범한 작가의 느낌이네요.


  시니컬한 것은 아니지만, 꼬맹이들이 사건에 끼어들어서 해결하고 하는 그런 스토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영리한 아이들이기는 하지만, 조금 비현실적으로 사건을 풀어간다는 느낌이더군요. 아무리 '아이'라는 신분이 '어른'에 비해 수사에 있어 장점은 있다지만, 조금 무리한 느낌입니다. 암튼 사진에 숨겨진 비밀은 나름 사연들이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가 가장 잘하는 것이죠. 숨겨진 사연. 조금 약하기는 하지만요. 사실 재미가 없지는 않았는데, 뭐랄까 너무 평범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가 않아요. 실체가 드러나도 그냥 그래요. 이야기꾼으로서의 미야베 미유키는 확실히 대단하지만, 이런 식의 미스터리라면 곤란하네요. 미야베 미유키 작품은 이제 <안주>와 <흑백>만 남았는데,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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