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불야성 시리즈 1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중고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던 그 유명한 하세 세이슈의 데뷔작 『불야성』이 북홀릭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사실 유명한 작품들이 재출간 되고 있음에도 반응은 별로 안 좋죠(『마크스의 산』이나 『영원의 아이』도 그렇게 많이는 팔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불야성』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 충분히 재출간 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뒤늦게 읽은 작품이라 감흥이 조금 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죠. 출간 당시에 읽었으면 엄청난 충격과 전율을 느꼈을 텐데, 그 점은 조금 아쉽네요.


  기본적인 스토리는 단순하나(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어야만 하는), 정글에 버려진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처절한 생존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무척 반가운 그런 하드보일드 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정하고 잔인합니다. 값싼 동정이 결코 허락되지 않는 신주쿠의 가부키초, 그런 세계를 무척 리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어지럽습니다. 살기 위해서 계속 움직입니다.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얄팍한 감동을 억지로 강요하는 작품입니다. 나쁜 놈은 나중에 용서를 구하고, 착한 사람은 이기는 그런 비현실적인 내용이 없습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배신하고, 때로는 비굴해질 뿐. 현실은 소설보다 잔인하니까요.


  반반(대만 아버지와 일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이로 태어난 류젠이가 주인공입니다. 나쁜 놈입니다. 그런데 결코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그를 보호하면서도 이용해먹는 양웨이민, 상하이 마피아 보스 위안청구이, 멍청하면서 잔인한 친구 우푸춘,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여자 나츠미. 그리고 일본, 대만, 베이징, 상하이 등등에서 먹고살기 위해 모인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기. 살기 위해 그들이 벌이는 잔인한 짓들을 보노라면, 정말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 엔딩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감탄을 했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90년대 중반에 발표된 소설임을 감안해도 성이나 폭력에 대한 수위도 결코 낮지 않고요. 싫은 이야기입니다. 보고 싶지 않은 그런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이 까발려집니다. 살아간다는 것의 정말 밑바닥을 제대로 보여준 그런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