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싫다, 싫다, 정말 싫다!!

싫은 소설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1월

  싫다. 정말 싫은 소설입니다. 근래에 소개된 『죽지 그래』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작품. 우선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요괴가 노골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그들 안에는 이미 요괴가 살고 있습니다. 『죽지 그래』에서 ‘죽어!’ ‘죽어!’를 계속 외쳤다면, 이번 작품 『싫은 소설』에서는 ‘싫다!’ ‘싫다!’를 계속 외치게 됩니다. 이상하게 생긴 아이도 싫고, 냄새 나는 노인도 싫고, 여자 친구도, 집도, 이런 거지같은 소설도 다 싫습니다. 모두 싫다. 정말 이 작품을 읽으면 세상만사가 싫어집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쁩니다. 특히 인간들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죽지 그래』를 읽고, 이번 작품 『싫은 소설』을 읽었는데, 불쾌하고 기분 나쁜 감정은 상당히 오래 가네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미스터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후카타니’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소설입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나 항설백물어 시리즈에서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명확하게 해결한 반면, 『싫은 소설』에서는 조금 모호합니다. 환상특급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듯한 뭔가 모호한 결말. 유령이건 망상이건 이야기의 결말이 모호합니다. 사건의 해결보다는 인간들이 그런 상태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더 중점을 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어렵습니다. 더 현학적이고 문학적입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지 그래』와 『싫은 소설』은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겪는 불유쾌한 사건과 기억들은 더 지독합니다. 죽고 싶고, 정말 싫어집니다. 수수께끼 풀이 형식의 추리소설을 기대한 분들에게는 조금 의아한 작품이 될 수 있겠으나 인간 심리를 깊게 파고드는 그런 이야기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만큼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싶네요. 미스터리 소설의 관점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이야기의 깊이와 밀도는 더욱 깊어졌습니다. 왜 이렇게 주변에는 싫은 것들이 많을까요? 미치지 않은, 그러나 미치고 싶은 그런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