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개정판에 있는 저자의 후기를 보면, ‘흰 집’이라는 제목이 이 작품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관 시리즈》처럼 공간의 의미에서 바라봤을 때는 조금 뜬금없는 제목 같네요. 흰 집은 밀실/트릭과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눈이 많이 오는 날, 집에서 벌어지는 살인이라는 의미 정도. 1편인 『긴 집의 살인』과는 참으로 상반되는 제목입니다. 서술트릭과 밀실살인을 좋아하는 본격 미스터리 작가 우타노 쇼고의 《집의 살인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 명탐정으로 활약했던 시나노 조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합니다. 명쾌하지는 않지만요.


  『긴 집의 살인』과 『흰 집의 살인』 모두 밀실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긴 집의 살인』에서의 밀실살인의 트릭은 유사한 작품이 이미 국내에 소개가 되어 있어서(그 작품을 먼저 읽었음), 트릭에 있어서는 큰 재미를 못 본 작품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트릭이었으니까요. 독자서평을 보니 『긴 집의 살인』의 트릭을 『흰 집의 살인』의 트릭보다 더 괜찮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긴 집의 살인』의 밀실트릭은 저 역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참신하고 새롭습니다), 저 역도 공감합니다. 단, 모 작품과의 트릭의 유사성으로 인해 『긴 집의 살인』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지만요. 트릭의 난이도는 확실히 『긴 집의 살인』이 좀 더 높습니다.


  이 작품 80년대 후반에 출간된 작품입니다. 눈, 밀실, 대가족, 그리고 연쇄살인사건. 정말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의 소재죠. 재벌가의 별장, 과거의 안 좋은 사건으로 인하여 경찰과 언론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벌어져도 경찰에 알리지를 않습니다. 가족이 죽었음에도 냉정하게 사립탐정을 불러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교살과 독살. 연속살인사건. 닫힌 밀실과 열린 밀실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 시체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자살은 아니라는 얘기죠), 창문과 문은 모두 안에서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눈, 발자국이 없는 곡선형 건물에 사람들이 다니는 길(발자국)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체. 이 시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암튼 대체로 사건은 이렇습니다.


  트릭보다 어려운 사건의 동기. 이 소설의 핵심은 바로 그 동기가 아닐까 싶네요. 동기가 밝혀지면서 트릭의 정체도 명확하게 밝혀집니다. 밀실트릭과 사건의 동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동기 부분은 국내 모 드라마에서도 나왔던 부분이라(흔하다면 흔한 소재) 충격의 강도는 약했지만, 독자를 속이는 작가 입장에서는 참으로 영리한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트릭의 수준은 『긴 집의 살인』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사건의 동기나 동기와 밀실트릭을 매끄럽게 연결시킨 점, 이야기의 구성 측면에서는 확실히 전편에 비해 발전된 느낌이 듭니다.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닌 무난한 수준의 본격 미스터리로 우타노 쇼고의 이름값에는 살짝 못 미칠 수도 있지만, 초기작임을 감안하면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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