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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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만큼이나 중독성이 심한 추리소설, 제가 추리소설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걸작들을 읽는 재미 때문입니다.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품이나 유명 미스터리상을 수상한 작품을 읽고 실망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이런 좋은 작품들이 가끔 등장해서 제가 추리소설을 지금까지도 계속 읽고 있는 것 같아요. 단도직입적으로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의 찬사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치오 슈스케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내에서도 물론) 본격 미스터리 작가들이 대부분 추천을 해 주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 누쿠이 도쿠로, 노리즈키 린타로 등등. 미치오 슈스케는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걸작”이라고 했는데, 이런 작품은 공유를 해야죠.

  『변호 측 증인』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대부분 법정 추리소설을 생각하시겠지만, 법정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물론 검사와 변호사, 피고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위의 본격 미스터리 작가들이 극찬을 했듯이 본격물입니다. 트릭을 다룬 작품입니다. 변호 측 증인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어떻게 트릭을 다룰까?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1963년에 출간된 작품입니다. 고전이라는 얘기죠. 고전과 (기발한) 트릭은 사실 잘 매치가 안 되는데(이미 고전에서 사용된 트릭들은 현재 대부분 재활용되거나 응용되었기 때문에 신선함이 떨어짐), 이 작품은 이런 간극을 가볍게 뛰어 넘습니다. 이 정도의 트릭이라면 2011년 현재에도 통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까 고전은 트릭이 시시해, 이런 생각은 가볍게 접으셔도 좋을 듯싶어요.

  스토리는 의미가 없습니다.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순간 소설의 재미는 반감될 것 같거든요.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무척 큽니다. 정말 훌륭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허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하죠. 그런 인간의 허점(맹점)을 아주 잘 공략하는 본격이 정말 훌륭한 본격이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판단은 독자들이 하시기를… 정말 영리한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작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 작품은 고전입니다(물론 아주 고전은 아니지만). 뭐지, 뭐지…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느낌. 이 정도의 본격이라면, 고전임을 감안하더라도, 꽤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암튼 추천합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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