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하라 이치의 작품 색깔이 잘 드러난 본격 미스터리

실종자 ㅣ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9월

  오리하라 이치의 ‘○○者 시리즈’로 실종 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이 ‘○○者 시리즈’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고 하네요). 15년의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유형의 연속 여자 실종 사건이 발생합니다. 15년 전에는 '유다', 현재(과거 사건으로부터 15년 후)는 '유다의 아들'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표식이 남습니다. 그리고 15년 전(과거) 범인으로 의심 받은 소년 A, 그리고 15년 후(현재) 범인으로 체포 된 역시나 소년 A. 헷갈릴 수도 있는 이 소년 A라는 존재. 그러나 소년법상 미성년자는 인권 보호 차원에서 신상이 철저하게 보호됩니다. 또한 어른이 되어서도 미성년 시절의 범죄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평범하게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라도 재범의 여지는 충분히 있죠. 그런 미성년자의 범죄를 숨겨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이 소년법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죄자』라는 작품은 나오키상 후보로 올라갔을 때 심사위원으로부터 엉뚱한 의견을 들었다고 하네요. 미스터리 장르에 따른 분류를 하자면 사회파 미스터리에 속합니다. 그러나 밀실트릭이나 서술트릭 등의 트릭이 많이 사용된 작품들을 주로 발표한 오리하라 이치에게는 사회적인 문제의식은 그저 트릭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핵심은 아닙니다. 즉, 소년법이 문제가 있냐? 아니냐?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이 ‘뭔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서술트릭을 다룬 작품입니다. 결코 사회파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도망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스펜스와 서술트릭을 합친 소설.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침묵의 교실』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다중 시점의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독백과 아버지가 범인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논픽션 작가와 작가의 조수의 시점에 의한 사건 전개(그리고 이들의 교차 진행) 등 다소 복잡하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그런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범인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우리는 범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픽션 작가와 조수가 사건의 관련자(15년 전과 현재)들을 만나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범인의 독백. 과연 범인의 심리 상태는?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복선과 반전. 서술트릭을 잘 구사하는 작가답게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꼬아 놓았습니다. 도착 시리즈처럼 이 작품도 비틀어져 있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구조 자체도 말이죠. 『도망자』는 마지막 결말이 조금 아쉬웠는데, 『실종자』는 이야기의 구성뿐만 아니라 내용, 트릭(반전)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