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쿠치바 전설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국내에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은 어느 정도 찾아서 읽었습니다. 제 취향하고는 잘 안 맞더군요. 『아카쿠치바 전설』은 1953년부터 현재까지 아카쿠치바 가문의 여인 3대에 걸친 이야기를 강하고 굵게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역사라면 몰라도 일본 역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고, 무엇보다 여인들의 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2007년 제6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읽었습니다. 추리소설은 잘 모르겠고, 역사/드라마적인 관점에서는 재미있고 괜찮습니다. 희생과 인내심으로 살아온 (천리안) 만요(1세대), 폭력과 허상에 사로잡혀 살아 온 게마리(2세대), 꿈도 희망도 없는 도코(3세대)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정말 우리나라와 비슷하더군요. 그래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세상에 나가면 시시한 매일 매일과 영원히 싸워야 한다.” 사회에 적응하면 살아가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이라도 억지로 해야 한다. 힘든 일은 어딜 가나 있다. 그러나 현재의 20․30대는 그러한 것에 상처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자신감도 없다. 그래서 도망친다. 무척 공감이 되더군요. 여인 3대에 걸쳐 60년의 현대사를 그리고 있음에도 정확하게 작가는 핵심을 집어내고 있습니다.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도 좋았습니다.

“나, 아카쿠치바 도코의 매리는 지금부터다.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살아가야 할 이 나라의 미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상하고 수수께끼로 가득한 '뷰티풀 월드'였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한다.”(p.490) 현재 방황하고 아파하는 20대 청춘들에게 바치는 작가의 격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너희들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힘을 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긍정적 메시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부모, 할머니/할아버지 세대들이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는지 알 필요가 있었죠. 할머니 만요, 어머니 게마리 그녀들은 그 험난하고 가혹한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을까? 만요가 어린 시절 천리안의 눈으로 보았던 하늘을 나는 남자, 그 남자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입니다(추리소설로도 여인 3대의 장대한 드라마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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