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처럼 비웃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5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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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고쿠 나츠히코나 요코미조 세이지처럼 본격 미스터리와 민속학(호러, 괴담)을 버무린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앞의 두 거장과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만한 작가로 바로 미쓰다 신조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1994년에 데뷔한 것에 비해 국내에는 꽤 뒤늦게 소개가 된 작가인데, 일본적인 색채가 짙으면서도 강렬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드네요. 국내에 소개가 된 작품은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가 화자로 등장하는 시리즈인데, 작가 미쓰다 신조를 등장인물로 내세운 작품도 빨리 읽고 싶을 정도로 아주 인상에 강하게 남은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 TV로 방영되었던 《전설의 고향》을 떠올려보면 괜찮은 전설들이 많이 있을 텐데, 소설(특히 추리소설)에는 많이 등장하지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에 이어 여러 마을에 떠도는 괴담을 수집하는 방랑추리작가 도조 겐야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요코미조 세이지의 긴다이치 고스케 탐정처럼 그 역시도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신입니다. 그가 가는 곳에는 꼭 기괴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거든요. 이번에는 성인 참배라는 의식을 하는 도중 기괴한 사건들(산마, 산녀의 등장, 아이 울음소리, 번쩍이는 불꽃 등의 기이한 현상과 한 가족이 갑자기 밀실에서 사라지는 트릭까지)을 겪은 한 소심한 남자의 수기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과연 이 남자가 산에서 겪은 기이한 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정체를 밝히러 도조 겐야가 마을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벌어지는 기괴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 그렇다고 망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기분, 도대체 그것의 정체는 뭘까요? 정말 산마가 비웃는 것일까요?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는 일본색이 상당히 짙습니다. 일본의 전설, 의식, 동요 등과 함께 한국 사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가족제도(트릭의 효과적인 장치를 위해서 시대적 배경이 동시대가 아닌 과거입니다). 그리고 호러와 민속학과 본격 미스터리의 결합. 미스터리는 좋아하지만, 잔인한 호러는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실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국내에서 흥행하는 것을 보면, 이 작가의 작품도 꽤 선전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귀신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의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추리를 통한 명쾌한 해결. 반전의 반전 또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들을 농락시키는 작가의 필력. 마을 전래 동요와 시체 코스프레를 활용한 연쇄살인사건. 음침하면서도 뭔가 불쾌하고 그러면서도 소름끼치는 사건 뒤에 깜짝 놀랄만한 결말. 도조 겐야라는 주인공도 마음에 들고(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경감과 담당 편집자가 등장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킵니다. 특히 경감 상당히 귀엽습니다),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의 결합도 훌륭하며, 무엇보다 이야기의 구성이 뛰어납니다. 사실 외국인으로서는 상당히 다가가기 힘든 소재임에도 빨리 읽힙니다. 가독성이 무척 좋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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